2013년 과학기술계 희망의 사자성어 敎子採薪
장기적 안목으로 근본적 문제해결 해야
한국엔지니어클럽(회장 이부섭)과 대덕넷(대표 이석봉)이 과학기술인들을 대상으로 2013년 한 해 동안 마음에 품고 지향해야 할 ‘희망의 사자성어’를 조사한 결과, ‘교자채신(敎子採薪)’이 선정됐다.
‘교자채신’은 당나라 임신사(林愼思)가 지은 ‘속맹자(續孟子)’에 나오는 고사다. 춘추시대 노(魯)나라의 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땔나무를 해오라고 하며 질문했다. “너는 여기서부터 백 보 떨어진 곳에 있는 나무를 먼저 해오겠느냐? 아니면 힘이 들더라도 백 리 떨어진 곳에 있는 나무를 먼저 해오겠느냐?” 이에 아들은 당연히 “백 보 떨어진 곳의 나무를 먼저 해오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아버지는“네가 가까운 곳으로 가겠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곳은 언제든지 해올 수 있다. 그러나 백 리 떨어진 곳에 있는 나무는 다른 사람이 먼저 해갈지도 모르니, 그곳의 땔감부터 가져와야 우리 집 근처의 땔감이 남아 있지 않겠니?”라고 말했다. 뜻을 이해한 아들은 땔나무를 하러 먼 곳으로 떠났다. 즉 교자채신은 ‘자식에게 땔나무 캐오는 법을 가르치라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근본적인 처방에 힘씀을 이르는 말이다.
지난 1월 1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과학기술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한 전담부서로서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을 공식화하고 두뇌집약적 창조과학 지원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기계가 교자채신을 선택한 것은 미래창조과학부의 구체적인 구성과 운영을 앞두고 정부에 전하는 과기계의 바람이자, 나라발전을 위해서 과기계 내부에서도 장기적 안목과 계획이 필요함을 다짐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교자채신을 희망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민경찬 과실연(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명예대표는 “새 정부가 들어서는 전환기에 과학기술인들이 더욱 마음과 뜻이 하나 되어 힘을 모아야 하며 과학기술이 학문적 발전과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기 위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더욱 매진해야 할 때”라고 추천이유를 밝혔다.
교자채신 다음으로 많은 과학기술인이 공감한 사자성어는 ‘선태사해(蟬蛻蛇解)’였다. ‘매미가 껍질을 벗고 뱀이 허물을 벗듯 과학기술계도 그동안 해오던 것에서 약간의 변화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한 차례 크게 탈바꿈해야 한다’는 의미로 손욱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 교수(전 삼성종기원장/농심 회장)가 추천한 것이다.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선택을 받은 ‘변즉불변(變卽不變)’을 추천한 김흥남 ETRI 원장은 “새해에는 새 정부도 출범하고 대내외적으로 변화가 많을 것으로 생각되므로 정부출연연구원에 종사하고 있는 연구원들도 항상 변화와 혁신에 능동적이고 자율적으로 창의성을 발현하는 한 해가 되어야 겠다”고 추천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설문에는 총 236명의 과학기술인들이 참여했으며, 참여자들은 대체로 남자(86.86%)였으며, 50대(32.63%), 60대 이상(22.03%), 40대(19.07%), 30대(16.95%), 20대(8.47%)가 골고루 참여했다. 소속기관은 교육기관(21.19%), 대기업(20.34%), 출연연구소(16.10%), 엔지니어링 활동주체(13.14%), 중소벤처기업(12.29%), 기타(8.47%), 비영리기관(3.81%), 정부부처(3.81%) 순이었다.
추천 사자성어로 본 과학기술계 리더들의 메시지
“과학은 본질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고, 열린 공간이다. 먹고 입고 사는 우리의 삶에 과학이 배어있지 앉는 곳이 있는가. 과학은 증거에 뿌리를 두고, 끈질긴 의문을 제기하여 바른길을 걸으며, 자기비판과 엄정한 연구방법이라는 틀 속에서 움직이는 방법이자 철학이다. 과학은 복잡한 문제를 관찰 및 해결하고, 나라 사이의 관계를 수립하고, 민주주의를 고무하거나, 심지어 민주주의의 불꽃을 지피게 해 주는 렌즈이기도 하다. 이 렌즈 덕분에 아무리 어렵고 복잡한 문제라도 해결 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 부와 이념의 양극화가 심화 되고 있는 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과학이 내포하고 있는 열린 공간과 평등성이 양극화를 완화하고 국민행복시대를 이끌어 갈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학기술계의 큰 어른인 장인순 전 원자력연구소장이 직접 ‘과학평등(科學平等)’이라는 사자성어를 만들어 추천하며 밝힌 추천이유이다.
이번 희망의 사자성어는 산‧학‧연‧관‧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15명의 과학기술계 리더들에게 추천을 받아 진행됐다.
강대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과학기술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장)은 ‘외천본민(畏天本民)’을 추천하며 “과학기술계 구성원 각자가 하늘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여 국가와 국민을 섬길 수 있는 연구성과들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고정식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게을러서는 안된다’는 의미의 ‘시종불해(始终不懈)’를 추천했다. 고 사장은 “시종불해는 需要的是刻苦学习,刻苦钻研,始终不懈,坚韧不拔(힘들여 배우고, 수고스럽더라도 연구해야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게을러서는 안 되고, 흔들려서도 안 된다) 중 일부”라며 “과학기술인들의 새겨야 할 마음가짐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은 ‘동심동덕(同心同德)’을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세계 최빈국에서 불과 반세기 만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최근 내부로는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등의 새로운 위기에 직면해 있고 대외적으로는 우리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의 권력교체는 물론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인한 어려움도 예상된다”며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무대의 주역이 되는 유일한 길은 과학기술 진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2013년은 최초의 이공계 출신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첫 해인만큼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에 기반 한 경제 운용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가는데 과학기술인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 앞장 선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창의연구본부 연구위원은 ‘몸과 마음이 평안하고 조용해야 멀리 이를 수 있다’는 의미의 ‘영정치원(寧靜致遠)’을 추천하며 “과거,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의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과학기술계도 호들갑을 떠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안정적이고 조용하게 과학기술을 발전시켜야 창의적이고 인류의 문제를 풀어주는 획기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추천이유를 밝혔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이는 새 대통령에게도 부탁하고 싶은 내용이지만 우리 과학기술인 스스로 갖춰야 할 태도”라고 강조했다.
문희철 동우화인켐(주) 부회장은 ‘옛 것을 뱉어내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다’는 ‘토고납신(吐故納新)’을 추천했다. 문 부회장은 “중진국에 오래 머물고 있었던 한국이 이번에야 말로 새 정부를 맞이하여 토고납신의 정신으로 선진국 진입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해야 한다”며 “과기계가 한국의 선진국 진입을 한발 앞당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 혁신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추천이유를 설명했다.
오영제 연총(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 총연합회) 회장은 “일념통천(一念通天)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일을 대처해 나가면 하늘도 감동하여 어떠한 어려운 일이라도 이룰 수 있을 뜻하는 말”이라며 “계사년, 글로벌 경제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미래 국가발전의 희망이요 그 중심에 있는 우리 과학기술인들은 그동안에도 꾸준히 그래 왔듯이 멸사봉공의 한결같은 마음과 지속적인 자기성찰로 자기분야에서 전문성을 십분 발휘하여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 소장은 ‘동어반복(同語反覆)’을 추천하며 정치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과학기술인들을 향한 희망의 의미를 함께 담았다. 이 소장은 “정권이 바뀔 때처럼 2013년에도 정치과학자들을 중심으로 금방 과학기술계가 좋아질 것처럼 야단법석을 떨 것”이라며 “전담부처 신설, 콘트롤 타워 강화, 출연연 거버넌스, 기초과학 지원 확충, 이공계 공직 진출 등등 이런 쟁점들은 정권 교체기마다 '동어반복'되지만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혹여 2013년에도 출연연 원장들이 정치권 입김으로 모두 교체되고 대부분 연구원들이 소위 '멘붕(멘탈붕괴)'이 되는 일이 반복되더라도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2013년에도 대전 연구단지에서 대부분의 과학기술자들은 연구에 몰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옥 전 우진정밀 사장은 ‘창몽감애(創夢感愛)’라는 사자성어를 자작(自作)하여 추천했다. ‘창몽감애’는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과학기술인들이 창조 정신과 희망의 꿈, 감사하는 마음, 사랑을 갖고 노력한다면 살만한 사회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정연호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은 “유능제강((柔能制剛)이란 부드러운 것이 강하고 굳센 것을 누른다는 말로, 어떤 상황에 대처할 때 강한 힘으로 억누르는 것이 이기는 것 같지만 부드러움으로 대응하는 것에 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필제 (주)세양 회장은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의 ‘마부위침(磨斧爲針)’을 추천하며 “이루기 힘든 일을 끊임없는 노력과 끈기로 성공하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한선화 KISTI 정책실장은 “과학기술계 내부에서 다짐해야 할 것으로 '괄목상대(刮目相對)‘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며 “우리 과기계가 하루하루 지날수록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 대통령에게 과기계에서 바라는 것은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은 구한다는 의미의 ’경세제민(經世濟民)‘이 가장 마음에 닿는다”며 “박근혜 당선자가 '과학기술을 국정 중심에 두겠다'고 하신 것을 꼭 지키고 국민의 행복을 위한 과학기술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국정 운영을 잘 이끌어가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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