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1979

라 (Ra, Egyptian)

라 (Ra)


라(Ra)는 '창조자'라는 뜻이며, 하늘의 절대적 지배자인 태양에게 주어진 이름이다. 그의 성소(聖所)는 북부이운에 있었다. 그래서 그리스인들은 그곳을 '헬리오폴리스'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 도시의 사제들은 태양신 라는 벤벤이라는 돌에 오벨리스크의 형태로 처음으로 몸소 발현했다고 믿고 있으며 그 돌은 헤트벤벤, 즉 오벨리스크관(館)이라는 사원에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다.

사제들의 말에 따르면 본래 태양신은 태초의 대양인 '눈(Noun)'의 품안에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태양신은 그 광채를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 눈을 감는다든지 하얀 연꽃 속에 숨는 등 갖은 고생을 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그 고난을 이겨내고 자신의 힘으로 대양위에 우뚝 일어서서 '라'라는 이름으로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라는 젊고 활력이 넘치던 시절에는 신들이나 인간들을 평화롭게 통치할 수 있었으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그의 젊음과 활력은 빛을 잃어갔다. 그가 떨리는 입언저리에서 줄곧 침을 흘리는 노인으로 묘사된 기록도 남아있다. 훨씬 뒤에 라가 노쇠해지자 이시스(Isis)가 라의 신비로운 이름을 물려받고 절대적인 권력을 누리게 된다.

태양신이 인간의 세계를 완전히 벗어나 하늘로 올라간 이후, 그는 거기에서 틀에 박힌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는 낮의 열 두 시간을 쪽배를 타고 그의 적 아포피스의 공격을 피하려고 애쓰면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그의 제국을 누빈다.

아포피스는 하늘의 나일강에 사는 거대한 구렁이인데, 그가 태양신의 쪽배를 뒤엎었을 때가 바로 일식(日蝕)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아포피스는 언제나 라의 부하들에게 몰매를 맞고 결국은 지옥의 밑바닥으로 떨어진다. 라에게 있어서 밤의 열 두 시간은 더욱 위험스러웠다. 그러나 그는 항상 그 위험을 무릅쓰고 동굴에서 동굴로, 그의 빛을 필요로 하는 저승 세계의 사람들로부터 환호를 받으며 다닌다. 그리고 그들은 또다시 암흑의 괴로움과 공포에 빠지는 것이다.

라는 매일 아침 어린이의 모습으로 태어난다는 설도 있다. 그는 낮 열 두시까지는 성인이 되었다가 점차 노인이 되어 밤에는 죽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알려진 것처럼 여러 가지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탄생한 지 얼마 안되는 연꽃 위에 있는 왕자의 모습으로, 불을 토하면서 신의 적을 무찌르는 성스러운 독사 우라에우스에게 둘러싸여 태양의 원반을 머리에 얹고 앉아 있거나 걸어가고 있는 남자의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또는 밤을 누비며 다니는, 죽은 태양을 상징하는 양의 머리를 지닌 남자의 모습으로도 표현된다.

역시 성스러운 뱀 우라에우스에게 둘러싸인, 원반을 머리에 얹은 매의 머리를 갖고 있는 인물로도 묘사된다. 그것이 바로 헬리오폴리스의 태양신, 이집트의 지배자 라 하라크티이다.

그 밖의 라의 모습이나 수는 대단히 많으며 라 자신이 그것을 자칭하고 있다. 왕의 무덤 입구에 태양에 대한 기도문이 새겨져 있는데, 거기에 나오는 이름이 75개나 된다.

창조자로서, 세계의 지배자로서 널리 알려진 라는 다른 신들까지 차례차례 동화시켜 고왕국 시대 이후 국왕들로부터 가장 숭배받는 신이 되었다. 그리고 국왕들은 스스로 '라의 아들'로 자처했다. 그것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라는 '루디트디디트'라는 여자와 정식 결혼하여 그녀와의 사이에서 다시 그 자신이 태어났다. 루디트디디트는 제 5왕조 초기의 세 왕의 아내가 된 여자이지만, 라는 그 왕이며 아들이기도 했다. 즉 그가 지상으로 돌아가서 왕비와 결혼할 때마다 국왕이 태어난 것이다.

태양신 라는 헬리오폴리스의 멋진 성소에서 돌로 표시된 태양의 광선, 즉 거대한 오벨리스크의 모습으로 예배를 받고, 성스러운 소 '므네비스'로도 변신했으며, 때로는 '베누'라는 새로도 변했다. 그러나 오늘날 남아 있는 것은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는 폐허와 제 12왕조의 세누세르트 1세에 의해서 세워진 오벨리스크뿐이다. 이 오벨리스크는 이집트에 현존하는 오벨리스크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손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