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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꼬리 배당…유전펀드는 `소문난 잔치`
생산차질로…앵커펀드 1주당 60~80원 배당
매장량 과대계산 본지 지적 `우려가 현실로`
기사입력 2012.12.10 17:28:50
올해 초 슈퍼리치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유전펀드가 원유 생산량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올해 계획된 지급금의 절반도 안되는 금액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줬다. 당초 우려했던 예상 매장량 과대 계산과 이에 따른 투자자 피해가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상장된 `한국투자 앵커 유전 해외자원개발 특별자산펀드`(이하 앵커펀드)는 올해 공모 과정에서 매장량 추정을 토대로 투자자들에게 올해 427억8400만원의 투자분배금(원금+배당)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분기별로 1주당 153원씩의 분배금이 배분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 1분기(1월 제외)에는 불과 72원이 지급된 데 이어 2분기 80원, 3분기 60원만 투자자 몫으로 돌아갔다. 당초 약속했던 분배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앵커펀드 운용을 맡고 있는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이날 "앵커 유전이 위치한 북미 해안 일대에 올여름 허리케인이 발생하는 등 당초 예상보다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며 "현재로선 예상 매장량 추정에는 변동이 없고 투자비 집행이 당초보다 지연되면서 생산 일정도 순연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앵커펀드의 이 같은 저조한 실적 충격은 이미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
생산 단계의 유전에 매장된 원유 부존량을 측정할 때에는 확정(Proven), 추정(Probable), 예상(Possible) 매장량의 3단계로 구분한다. 이때 유전의 가치를 매길 때 확정 매장량은 100%, 추정 매장량은 50% 미만, 예상 매장량은 10% 미만으로 계산한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하지만 운용을 맡은 한투운용과 주간판매사 격인 삼성증권, 대우증권 등은 지난해 석유공사 입찰 물량을 따내기 위해 확정 매장량 100%, 추정 매장량은 90%로 쳐서 가격에 반영했다.
한마디로 앵커 유전 지분을 석유공사에서 비싸게 사서 일반투자자들에게 떠넘긴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들 정도다.
문제는 이 같은 실적 충격의 강도가 내년에는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앵커펀드 측이 당초 제시한 목표에 따르면 내년에도 여전히 648억원, 2014년 617억원의 수익금 지급을 약속하고 있다. 올해 427억원의 목표도 반 토막이 난 상황에서 앞으로 더 나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
업계 한 관계자는 "생산 유전의 특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추가적인 매장량 확보 기대가 어려워진다"며 "지금이라도 추정매장량과 수익금 예상치를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보험을 통해 원금의 90%가 보장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돈이 묶인 상황에서 10년 후 보장이 무슨 의미냐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앵커펀드 수익 부진의 불똥이 다른 데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저금리 시대 분리 과세 혜택에다 10%대의 높은 수익률로 투자자 유치에는 일단 성공했다. 하지만 투자자 불신이 커지면 당장 2차, 3차 유전펀드 출시에 차질이 빚어질 공산이 적잖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당초 내주 중 한국투자패러렐유전해외자원개발 1호 출시를 공식 발표할 계획이었다. 베트남유전펀드, 앵커펀드에 이은 세 번째 공모 유전펀드로 미국 텍사스 육상 유전에 투자하며 만기 10년의 폐쇄형으로 운용된다.판매 규모는 4000억원이고 판매사는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이다.
하지만 최근 앵커펀드 실적 부진과 투자자 모집, 원자재 시장 상황 등 여러 가지 요인이 겹치면서 무역보험공사 최종 심사 도중 갑자기 패러렐펀드 출시가 내년 1월 중순 이후로 연기됐다.
이에 대해 한투운용 관계자는 "베트남 유전펀드는 초기 생산에 차질을 빚다가 결국에는 투자자들에게 당초 약속보다 훨씬 많은 돈을 돌려줬다"며 "앵커펀드 역시 초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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