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 빗장수비가 뚫렸다

[월가시각] 빗장수비가 뚫렸다
입력시간 :2011.07.12 06:11

[뉴욕= 이데일리 문주용 특파원] 카테나치오(catenaccio). 이탈리아 축구의 대명사는 `빗장 수비`다.

이탈리아는 월드컵 때마다 절대 뚫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자랑했지만, 번번히 뚫리며 고배를 마신 아픔이 있다.

이탈리아의 재정 금고가 뚫렸다는 평가가 주초 유럽 시장을 엄습했다.

시장은 두가지 느낌을 가졌던 것같다. 그리스, 포르투갈로 이어지는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가 진화될 전망이 없다는 낙담이다. 또 유로 3위 경제국 이탈리아의 금고가 뚫리면 무엇으로 메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무력감이다.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독일의 디 벨트지가 예시했다. 유로 구제금융 규모를 1조5000억유로로 두배 늘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유럽중앙은행(ECB)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전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유럽 정치지도자들의 위기관리 능력이 형편없다"면서 "이탈리아로 전염되는 위기에 방화벽을 치지 않으면 유럽 채권시장에 혼란이 올 것"이라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지도자들이 처음으로 그리스의 디폴트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전한 것도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무슨 수를 쓰든 디폴트를 막겠다`에서 `디폴트를 차라리 시켜버리자`고 차선을 모색하기 시작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인데, 일단 ECB에서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부인했다.

퍼스트 씨티즌 방크쉐어즈의 에릭 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유럽의 재정 위기 악화와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가 서로 뒤섞이고 있다"면서 "유럽 재정위기가 제대로 억제될 때까지는 시장이 계속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제대로 억제되는 수준까지는 지난한 과정을 겪을 전망이다.

시장이 확신하는 규모의 방화벽을 설정하는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그리스 채무를 안정시키는 문제는 유로존내 다양한 이해관계를 감안하면 지금은 돌파구가 안보인다.

이에 비해 미국 재정적자 협상은 타결이 어렵지 않은 문제다. 정치적인 갈등이 심각할 뿐이지, 전선은 단 한줄이다. 시한내까지 시장을 흔들겠지만 파국 가능성은 크지않다는게 전문가 예상이다.

비리니 어소시에이츠의 비리니 대표는 "시장은 여러 경제적 이슈가 있음을 알고 있고, 공포와 걱정도 느끼고 있다"면서 정말 걱정되는 것은 시장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들"이라며 우려했다.

MKM파트너스의 케이티 스톡튼 기술분석가는 "뉴욕 증시는 지금 매우 과매수 되어 있는 상태"라며 아마 며칠 더 지수가 하향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 S&P500지수는 200일 이동평균인 1275선에서 지지될 때까지 물러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이 하루 떨어져서 이런 약세 전망이 나온 것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