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 혁명, 국내 조선·화학·철강업체엔 '악몽', 왜?
해양 천연가스 경제성 낮아져 FPSO 발주 줄고, 화학업종 원가 경쟁력 뒤져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입력 : 2013.04.09 05:05
이기사주소:http://news.mt.co.kr/mtview.php?no=2013040811372968680&type=1
미국과 캐나다 및 중국과 러시아 등지에서 불고 있는 '셰일가스' 개발 열풍이 국내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셰일가스는 매장량이 풍부하고 채굴 비용도 낮아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체에서는 '일감'을 빼앗아가고 석유화학, 철강 업체들에게는 원가, 품질경쟁력 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국내 업체들은 원유와 천연가스의 생산·저장·하역설비(FPSO)를 단 1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상선 시장이 잇따른 수주 소식에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는 것과는 대조된다.
글로벌 경기가 '바닥' 상태였던 작년만 해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액화천연가스(LNG)-FPSO, 석유 FPSO가 2척씩 발주돼 국내 업체들이 1 척씩을 수주했다. 여기에 심해용 시추 설비인 드릴십도 국내업체들이 작년에는 연간 26 척을 수주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는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1 척이 전부다.
수주가뭄에 계약 취소 소식도 잇따른다. 삼성중공업이 영국 플렉스LNG와 맺은 2조5925억원 상당의 LNG FPSO 4척의 공급 계약이 지난달 6일 취소됐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2월31일에도 아시아지역 선주와 맺은 FPSO 1척의 계약이 해지됐다.
계약이 해지된 직접적인 이유는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발주사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보다 근본적인 데서 이유를 찾았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셰일가스 혁명이 우리 산업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굴 비용이 많이 드는 심해 유전과 가스전을 개발한 것은 그만큼 내륙에서는 자원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었는데, 이제는 셰일가스 개발로 굳이 바다까지 나가서 자원을 채취할 필요성이 적어졌다는 얘기다.
셰일가스는 현재 확인된 매장량만 인류가 60년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풍부하다. 채굴 비용도 석탄의 3분의 1 정도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이 잇따라 '개발 러시'에 동참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들도 셰일가스에서 뽑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미국 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국내 업체들은 대부분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얻는 '나프타'를 주원료로 합성수지와 합성섬유 제품을 만들어낸다. 값싼 셰일가스의 부산물인 에탄을 주원료로 한 제품에 비해 원가 경쟁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
중국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시노펙(중국석유화공)의 왕티엔푸 총경리도 지난달 25일 기자 간담회에서 "석유화학 부문에서 나프타를 주원료로 사용하고 있는데, 셰일가스를 사용하는 미국 경쟁업체들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낮아져 힘겨운 상황에 처했다"라고 말할 정도다.
이에 따라 일부 국내 업체들은 원유에서 천연가스로 원료를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현재 미국 현지에 셰일가스를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도 카자흐스탄에서 천연가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석유화학공장을 오는 2016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국내 철강업체도 영향권에 있다. 최근 들어 미국에서는 셰일가스 채굴을 위한 유정용 강관 수요가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US스틸 등의 미국 업체의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지난 3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산업포럼에서 박은덕 아주대 교수는 "미국 철강 산업 경쟁력이 높아질수록 국내 업체들은 미국에 대한 수출이 감소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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