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탄소거래시장, 배출권 값 폭락 ‘최악의 해’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2011-12-25 21:46:35
전 세계 탄소배출권의 97%가 거래되는 유럽연합(EU)의 탄소거래시장은 올해 최악의 시기를 맞았다. 온실가스를 배출할 권리를 상품화해 거래함으로써 기후변화 가속화를 둔화시키려는 시도가 올해 심각한 가격 폭락으로 타격을 입었다고 AFP통신이 25일 전했다.
2005년 출범한 유럽연합의 탄소배출권거래시스템(ETS)에 참여 중인 기업은 1만2000곳이다. 배출권 쿼터를 할당받은 뒤 남는 기업은 팔아서 수익을 내고 부족한 기업은 이를 사들이는 방식이다. 장기적으로는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발전소, 시멘트 제조사 등 기업들이 친환경에너지를 도입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올해 탄소배출권 거래 가격이 폭락했다. 지난 수년간 배출권 거래가는 탄소 1t당 15~25유로(약 2만2500~3만7600원)선을 오르내렸으나 지난주에는 사상 최저인 6.5유로(약 9780원)로 폭락했다. 이 때문에 배출권 거래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프랑스 국영은행 캐스 데 데포 관계자는 “탄소시장은 기업들이 탄소배출을 줄이는 게 이득이 되도록 설계됐지만, 현재 탄소거래가가 너무 낮아서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가격이 폭락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2008년 세계경제위기에 따른 유럽의 경제둔화가 꼽힌다. 전반적인 생산활동이 감소하면서 석탄·원유·천연가스 등 사용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더 큰 이유로 탄소시장의 구조적 결함을 들고 있다. 프랑스 파리-도핀 대학의 라파엘 트로티뇽은 “유럽연합은 온실가스 배출 기업에 지나치게 후한 배출 할당량을 지정함으로써 가격의 폭락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탄소배출권 공급이 넘치는 반면 수요가 부족하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브뤼셀의 환경단체 E3G의 산지브 쿠마는 “내년 탄소배출권이 1t당 1~2유로로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 탄소시장의 이 같은 어려움은 2015년 탄소배출권거래시스템의 완전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을 비롯해 내년 도입 예정인 호주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AFP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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