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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바가지 쓰고 기업 인수? 질 낮은 광산 개발? 가격 떨어지면 경제성 없는 유전·광산 많다
기사입력 2011-08-25 14:05 [신동아]
이명박 정부는 출범 때부터 해외자원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첫 총리였던 한승수 총리팀을 아예 ‘자원외교팀’이라고 불렀을 정도다. 2009년 1월 국무차장에 오른,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자원외교에 모든 것을 걸었다. 주로 아프리카를 돌아다녀 ‘미스터 아프리카’라는 별명도 얻었다.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가스공사, 한국전력 등 공기업들은 정부가 정해준 ‘자주개발률’을 맞추려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 중인 해외자원 개발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다 된 것처럼 홍보했다가 무산되는 사업이 많았고, 성과를 내고도 고가 인수 논란 등을 겪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신동아’는 그동안 논란을 불러온 몇몇 해외자원 개발 사례를 중심으로 현 정부 자원외교의 허와 실을 짚어봤다.
2011년 7월6일 현재, 석유공사(사장 강영원)는 미국, 캐나다, 베트남 등 세계 15개 지역에서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이라크, 페루, 영국 등 28개 지역에서는 탐사활동을 벌인다. 그동안 석유공사는 생산사업에만 132억달러, 탐사사업에는 총 6억5000만달러를 썼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 초 석유공사를 대형화하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2008년 3월 지식경제부 업무보고에서 “적극적인 자원 확보 차원에서 석유개발공사 대형화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는 대통령의 발언 이후 당시 5.7% 수준에 머물던 석유와 가스의 자주개발률을 2012년까지 18.1%로 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석유공사는 여기에 맞춰 해외사업을 진행했다.
해외기업 인수에 올인한 석유공사
지난 3년여간 석유공사는 주로 자원개발 사업을 하는 외국 기업을 사들이는 데 공을 들였다. 2008년 초부터 현재까지 총 12개에 달하는 외국 기업을 사들였다. 여기에는 총 99억5800만달러(약 10조5000억원)가 들어갔다. 석유공사의 자산은 같은 기간 두 배가량 늘었다. 그동안 석유공사가 인수에 성공한 기업에는 8억7700달러를 들인 미국 앙코르(Ankor)사(2008년), 약 40억달러가 들어간 캐나다 하베스트(Harvest)사(2009년), 29억9700만달러를 들여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성공한 영국 다나(Dana)사, 5억3000만달러가 들어간 캐나다 헌트(Hunt)사 등이 포함된다.
“코리안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나 석유공사의 자원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우선 자원을 탐사·개발하는 데는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단기간에 몸집을 키우기 위한 외국 기업 인수에만 나선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글로벌 시장 진출 성과’ 등 석유공사가 국회와 언론 등에 제출한 각종 자료에 따르면 석유공사가 지난 몇 년간 직접 해외자원 개발사업에 뛰어들어 성과를 낸 사례는 거의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미 생산에 들어간 기업이나 광구는 비싸다. 석유공사가 인수한 해외 기업 중 논란이 가장 심했던 것은 2009년 10월 인수한 캐나다 하베스트사다. 캐나다 캘거리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캐나다 중서부 앨버타, 브리티시 콜롬비아 등에 탐사광구를 가지고 있다. 2009년 1월 현재 하베스트사는 확인매장량 2억1900만 배럴, 일 생산량 5만3400배럴을 기록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하베스트사 주식매입에 18억 캐나다달러, 부채 인수에 약 23억 캐나다달러를 지불하는 계약서를 썼다. 인수 당시 주가에 47% 프리미엄이 더해졌다. ‘거래 완료시까지 하베스트의 부채를 모두 상환한다’는 아주 파격적인 조건도 붙었다.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매입 소식이 알려진 직후 캐나다 언론은 고가 매입 의혹을 제기해 논란을 불렀다. 캐나다 일간지 캘거리 헤럴드(Calgary Herald)는 ‘What were the koreans thinking?(도대체 코리안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석유공사가 47%의 프리미엄을 주면서까지 왜 부실덩어리를 인수했는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글로브 앤 메일(The Globe and Mail)도 2009년 10월21일자 기사에서 “한국 기업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기업을 비싼 가격에 인수했다”고 비아냥댔다.
2009년 4월29일 볼리비아 코로코로에서 한국광물자원공사의 현장사무소 개소를 축하하는 현지 주민들의 환영식이 열렸다.
실제로 하베스트사는 2009년 상반기에만 2341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부채가 상반기 매출액(1조4500여억원)보다 1조원 이상 많은 부실기업이었다. 이와 관련, 한 자원개발 분야의 전문가는 “중국과의 자원개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석유공사가 무리수를 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하베스트사를 인수하기 직전 있었던 스위스 아닥스사 인수전에서 중국에 밀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자원개발 분야를 연구하는 한 국립대 교수는 “정부가 ‘자주개발률’이라는 것을 강요하다 보니 면밀한 검토 없이 해외 기업을 인수한 결과다. 이 회사를 인수하는 데 두 달이 걸렸다는데 기업분석을 제대로 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하베스트사를 인수하면서 우리나라의 석유 자주개발률은 6.3%에서 8.1%로 높아졌다.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인수 직후 낸 보도자료에서 “금년도 자주개발률 목표(7.4%)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하베스트 인수와 관련, 석유공사 측은 “스위스 아닥스사 인수에 실패한 직후 하베스트 인수에 나선 건 사실이다. 요즘 중국 기업들은 웃돈을 주면서까지 전세계 자원개발기업을 인수한다. 경쟁이 치열하다. 상장사인 하베스트사는 기업정보가 상당히 노출되어 있어 인수과정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두 달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고 입장을 밝혔다. 고가 인수 논란에 대해서도 석유공사 측은 “2011년 6월까지의 배럴당 평균유가(105.63달러)가 2009년 12월 하베스트사를 인수할 당시 기준유가(75.7달러)보다 높아 사업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석유공사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한 자원개발기업의 대표는 “매일 출렁이는 유가를 가지고 지금 당장 잘 샀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보다는 확인매장량, 땅속 원유의 가치(Base Price)를 어떻게 책정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인력도 없는 석유공사가 너무 많은 사업을 한꺼번에 하는 것 같다. 하나씩 내실 있게 사업을 진행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석유공사의 자주개발률은 높아졌지만 그만큼 부채비율도 증가했다. 2007년 말 기준으로 64%에 불과하던 석유공사의 부채비율은 2010년 말에는 123%로 늘었고 2012년 말에는 161%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자원개발 기업을 지원하는 것을 주업으로 하던 광물자원공사(사장 김신종)도 이 정부 출범 이후 자원개발 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특히 리튬, 우라늄 같은 희귀광물과 구리 같은 전략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광물자원공사는 현재 호주(유연탄), 중국(석회석, 동, 희토류), 필리핀(동) 등 전세계 10곳에서 각종 광물을 생산하고 있고, 파나마·호주·페루 등 11곳에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캐나다·몽골·호주 등에서 아연, 우라늄, 동 등을 탐사하고 있다. 총 15개국 33개 사업장에 투자한 누적 투자액은 총 1조1464억원에 달한다. 11개 개발 사업 중 6개, 12개 탐사 사업 중 7개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부터의 성과다.
광물자원공사의 해외자원개발
그러나 광물자원공사가 벌이는 사업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제기돼왔다. 최근 들어 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은 광물자원공사와 국내 기업인 LS니꼬동제련이 각각 10%의 지분을 가지고 참여한 파나마 코브레 구리광산이다. 대주주는 캐나다 자원개발 기업인 인멧마이닝(80%)이다. 세계 15위 규모라는 이 구리광산은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자원외교 성과 중 하나로 꼽혀왔다. 지난 2월,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리카르도 알베르토 마르티넬리 파나마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내용까지 공개하며 파나마 구리광산 확보를 홍보했다.
광물자원공사 등 참여 기업들은 그동안 파나마 정부에 구리제련소를 위한 화력발전시설을 설립하겠다는 내용의 계획서를 제출하고 환경영향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지난 4월 파나마 정부는 느닷없이 구리제련을 위한 발전소를 석탄화력발전소가 아닌 LNG발전소로 건설키로 하고 사업승인을 보류했다고 밝혀 논란을 불렀다. 이 소식은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그대로 굳어진다면 사업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 사업을 위해 대주주인 인멧마이닝과 합병할 예정이었던 스웨덴 기업 런딘마이닝의 CEO 필 라이트는 지난 3월24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파나마 정부가 발전시설을 변경하기로 해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광물자원공사 측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전해왔다.
“파나마 대통령이 지난 3월 코브레 광산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지지한다는 구두 의사표시가 있었다. 사업은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다. LNG발전소로 결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LNG로 결정된다 해도 생산은 지연되겠지만 사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프로젝트 경제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얼마 후면 결론이 나온다. 개발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
파나마 코브레 광산과 관련해서는 또 다른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경제성이 없는 광산이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 광산의 품위(grade·광석 중에서 유용원소의 함유량)가 너무 낮다는 데서 출발한다. 이 사업의 대주주인 캐나다 인멧마이닝사가 공개한 이 광산의 품위는 0.41%다. 또 코브레 광산은 노천광산이어서 채광해야 할 면적이 아주 넓다. 질은 낮고 지역이 넓으면 돈이 많이 들어간다.
실제 ‘신동아’가 몇몇 자원개발 분야 전문가들에게 코브레 광산에 대한 경제성 분석을 의뢰한 결과, 상당수 전문가가 경제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 자원관련 분야 대학교수는 “0.41%라면 아주 낮은 수치다. 아무리 구리 값이 오른다고 해도 2~3% 정도는 돼야 안정적인 경제성이 있다고 본다. 광산의 유형에 따라 판단은 달라지겠지만, 아주 좋은 광산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또 다른 전문가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는 좋은 광산이 오지 않는다. 쓰레기 중에서 보석을 고르는 식이다. 현재는 구리 가격이 좋아서 경제성이 있겠지만 구리 가격이 떨어진다면 경제성을 보장받기는 어려운 곳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주장들에 대해 광물자원공사 측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서면으로 보내왔다.
“파나마 코브레 동광상은 저품위-대규모 반암동광상에 해당한다. 가채 매장량 21억t(동품위 0.41%), 이를 금속량으로 환산하면 800만t 정도로 세계 10위권에 해당하는 대규모 동광상에 해당한다. 그리고 기존 노천채광 예정지 서쪽 인접부에서 신규반암동광체가 추가로 발견돼 매장량 확인을 위한 시추를 진행 중인 상태로 이의 후속 개발이 추진될 경우 매장 량 기준 세계 5위권의 초대형 프로젝트에 해당한다. 동 가격을 장기 예측가격인 파운드당 1.93달러로 적용했음에도 파나마 코브레 사업의 사업성은 공사 해외직접투자 판단시 기준 내부 수익률인 10%를 초과하는 것으로 검토되었다.”
취재과정에선 광물자원공사나 정부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한 자원개발 분야 대학교수는 “자원개발사업은 변수가 워낙 많다. 광물보유국의 정치 경제적인 환경으로 인해서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온다. 파나마 코브레도 파나마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정책 때문에 생긴 일이지 광물자원공사가 잘못해서 생긴 일은 아니다. 그리고 자원개발은 이보다 더한 리스크가 있더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볼리비아에 빠진 이상득 의원
광물자원공사는 2009년 8월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리튬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며 볼리비아 우유니 호수의 염수에서 리튬을 추출해내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광물자원공사가 사활을 걸고 있는 이 사업은 “성과가 부풀려졌다”는 얘기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까지 나서서 다 된 것처럼 홍보했는데, 사실은 결정된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질 좋은 리튬이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 리튬은 휴대전화나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에 쓰이는 2차전지의 주원료로 전기자동차 시대가 예고되면서 핵심자원으로 떠오른 광물이다.
볼리비아 리튬광산이 주목을 받은 건 사실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 때문이었다. 이 의원은 최근까지 이 문제로 볼리비아를 5번이나 방문했을 만큼 공을 들였다. 광물자원공사 측도 “어려운 고비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이상득 의원의 외교활동이 큰 도움이 됐다”고 이 의원의 공을 인정할 정도다. 현재 이 사업에는 우리나라 외에도 일본, 프랑스, 중국 등이 참여하고 있다.
볼리비아와의 MOU 소식이 전해진 이후 국내 언론들은 앞 다퉈 ‘볼리비아 리튬 개발권 확보’(중앙일보, 서울경제 등)라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총 4번이나 MOU가 체결됐는데 그때마다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다들 이상득 의원의 자원외교 성과라고 썼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볼리비아의 광업부 장관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외국에 채굴권을 넘기지 않고 자력으로 리튬을 생산, 개발할 것이다. 외국 자본과의 합병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다만 생산에 필요한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는 국가와 기업에는 리튬을 우선하여 살 수 있는 권리를 줄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혼란이 생겼다. 그동안의 정부 발표가 일부 과장된 것이었음이 확인된 셈이다.
게다가 볼리비아 리튬광산 개발과 관련 시장을 선점한 것처럼 홍보된 것과는 달리 일본, 프랑스 등이 우리보다 먼저 볼리비아와 MOU를 체결하고 연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우리 정부는 스타일을 구겼다. 현재 이 사업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일본 등이 참여한 가운데 오는 9월쯤에야 사업가능성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광물자원공사의 한 고위 인사는 “우리 공사는 그동안 공식적으로 볼리비아 리튬광구에 대한 탐사권/개발권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으며, 리튬자원 개발 파트너라는 용어를 썼는데, 일부 언론에서 기자들이 개발권 확보라고 보도한 것일 뿐이다. 우리는 포스코 지질자원연구원 등과 함께 리튬을 추출할 수 있는 획기적인 3단계 기술을 개발해 볼리비아에 이미 제안했고 다른 나라보다 기술면에서 앞서 있다. 솔직히 우유니 염수의 리튬은 아르헨티나, 칠레에 매장된 리튬 등과 비교해 질이 좋지는 않다. 품위도 아주 낮다. 기존의 기술로는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할 정도다. 개발가치가 없어서 세계 리튬매장량 추산에도 들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리튬 가격이 상승하면서 개발가치가 인정되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추출법을 쓴다면 상당한 경제성이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정부가 추진한 사업은 아니지만, 상장사인 C·K인터내셔널(구 코코엔터프라이즈)이 카메룬에서 진행 중인 다이아몬드광산 개발도 최근 해외자원 개발과 관련해 논란을 낳고 있다. 다이아몬드광산 자체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주가조작설, 정치권 관련설 등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관련돼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의혹을 키운다. 박 전 차관은 이 회사가 카메룬 정부로부터 개발권을 받기 전인 지난해 5월 카메룬을 방문해 “C·K인터내셔널에 개발권을 달라”고 카메룬 정부에 공식 요청한 바 있다. 검찰과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부터 이 회사와 관련된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C·K의 다이아몬드광산 개발권 확보 소식은 아주 이례적으로 외교통상부의 보도자료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우리나라 C·K마이닝사(대표 오덕균)가 카메룬 CAPAM(정부기업)과 공동으로 카메룬 동남부 Yokadouma 지역 다이아몬드 개발 사업을 추진하였으며, 2010년 12월16일 개발권을 획득했다. 추정 매장량은 최소 4.2억캐럿….”(2010년 12월17일 외교통상부 보도자료)
C·K는 2007년 김원사 당시 충남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가 작성한 탐사보고서와 1980년대 UNDP(유엔개발계획)가 진행한 탐사보고서를 근거로 이 사업을 추진했고 카메룬 정부로부터 개발권을 받아냈다. 당시 김 교수는 두 번에 걸친 보고서에서 다이아몬드의 추정 매장량이 최소 4억캐럿 이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연간 세계 다이아 생산량(약 1억7000만캐럿)의 2배가 넘는 규모다.
하여튼 지난해 12월 외교통상부의 보도자료가 나간 뒤 이 회사의 주가는 폭등했다. 3000원 선에 머물던 주가는 한 달도 안 돼 1만6100원(2011년 1월10일 종가)까지 올랐다. 주가가 폭등하는 사이 이 회사 임원들은 수십만주의 주식을 처분해 수억~수십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검찰과 금융감독원이 이 회사에 대해 조사에 나선 데는 이 회사의 대표인 오OO씨와 한때 사업관계에 있던 이OO씨가 올해 초 여러 수사기관에 낸 진정서가 발단이 됐다고 전해진다.
검찰에 따르면 올해 초 이씨는 카메룬 다이아몬드광산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검찰 등에 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씨는 2000년대 초반 수원에서 목욕탕 사업을 하던 오씨를 처음 만났다고 한다. 이 사업에서 실패한 오씨를 카메룬으로 데리고 들어간 사람이 자기라는 것이다. 당시 이씨는 카메룬에서 사금(砂金) 관련 사업을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C·K 측은 “현재 회사가 이씨를 고소한 상태다. 이씨가 냈다는 진정서 내용은 모두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처음 이 회사의 사업에 대해 주목한 것은 2009년경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탐사를 맡은 김원사 교수가 갑자기 사망한 뒤 이 사업과 관련된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이 사건을 내사했던 한 검찰 관계자는 “당시 이 사업에 관련돼 있던 사람 중 일부로부터 제보가 접수됐다. ‘다이아몬드는 존재하지 않으며 일부 발견된 것은 인근 국가(나이지리아)에서 홍수 때 떠내려온 토사에 섞여 있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단란주점하다 다이아 개발
검찰과 금감원에 따르면 C·K의 대표 오모씨는 충북 청주에서 대학을 졸업했고, 한때 배우자(정OO) 명의로 청주에서 단란주점을 운영하며 미성년자를 고용했다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2007년에는 금괴 27㎏을 밀반입하다가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검거되기도 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과거 행적만으로 보면 오씨가 해외에서 대규모 다이아몬드 광산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게 의문스럽다. 어떤 경로로 그러한 사업을 시작하게 됐는지, 누구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취재과정에서 접촉한 한 오씨 주변 인물은 “오 대표가 2006~07년경 (진정서를 낸) 이OO씨의 소개로 선진국민연대를 이끌던 박영준 전 차관과 알고 지냈다고 들었다. 박 전 차관이 카메룬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오씨와 C·K 측이 금전적인 지원을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C·K 측은 “법인 대표의 과거 행적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아는 바도 없고 관심사도 아니다. (과거 동업자였던) 이씨를 통해 박 전 차관과 오 대표가 알고 지냈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다. 이번 사업을 진행하면서 오 대표와 박 전 차관이 자연스레 알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박 전 차 관 측에 경제적 지원을 한 일도 없다. 7월 말이면 외부기관에 의뢰한 다이아몬드 광산 탐사보고서가 나온다. 그 결과가 나오면 모든 논란이 끝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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