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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벨]해외자원개발펀드 민간 주도 원년
[해외자원개발펀드 분석]①원자재값 상승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참여 기회 증가
머니투데이 더벨 박홍경 기자 |입력 : 2012.07.24 11:49
2012년은 해외자원개발 펀드 역사상 의미있는 한 해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민간 기업의 에너지·자원 인수합병(M&A) 인수 대금이 공모 펀드를 통해 민간에서 모집되는 첫 사례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삼성물산이 미국 파라렐 페트롤리엄(Parallel Petroleum)을 인수하는 데 참여하는 공모 펀드가 조만간 대형 증권사들을 통해 시장에 선보이면 이 딜은 그야말로 민간에서 시작해 민간으로 끝을 맺는 셈이다.
이는 자주개발률(하루 생산랑/수입량에 100을 곱한 수치)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가 한국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공기업을 중심으로 인수합병(M&A)에 역량을 집중한 것이 민간으로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주개발률은 한 나라의 에너지 자립도를 보여주는 수치로, 국내 소비량 가운데 외국에서 개발해 도입할 수 있는 물량 비중이다. 2011년 기준 한국의 자주개발률은 13.7%로 프랑스(105%), 이탈리아(51%), 일본(23%)에 비해 취약한 상황으로 현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정책적으로 자원 경쟁력 확보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최근에는 대내외 환경이 우호적으로 조성되면서 국내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글로벌 자원 딜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진데다 M&A에 들어가는 규모도 갈수록 커지면서 전략적투자자(SI)들이 재무적투자자(FI)와 손잡아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해외자원 펀드가 더욱 늘어날 수 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법 개정 이후 5년여 만에 성과...한투, 더커 등 플레이어 잇따라 등장
에너지와 자원은 전략적 상품으로 국제 사회에서 갈수록 무기화가 되어가고 있다. 중국이 수출세를 인상하고 희토류 생산을 제한하는 등 공급을 제한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 한 것이 단적인 예다. 한국은 에너지의 96%를 수입하는 세계 4위의 에너지 수입국으로 에너지·자원의 정세변화에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자원수입 가격이 10% 상승할 경우 국내 제조업의 생산비는 1.7% 증가하게 된다. 모간스탠리는 배럴당 유가가 10달러 상승할 경우 무역수지가 국내총생산(GDP)의 1% 가량 악화된다고 분석했다.
공기업을 중심으로 자원공급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민간의 자금을 유치할 목적으로 지난 2006년 해외자원개발사업법을 개정해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해당 법 개정으로 해외자원개발 전문 자산운용사의 설립이 가능해졌지만 에너지·자원 펀드가 본격적으로 빛을 보기까지는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시장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던 첫 사례는 올해 초 만기가 돌아온 '베트남 15-1 유전펀드'다. 국내 최초의 유전 공모펀드인 베트남 15-1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14%대의 수익률을 안겨주면서 해외자원개발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웠다. 한투운용은 베트남 펀드에 이어 미국 앵커 유전에 투자하는 공모 2호 펀드도 성공적으로 자금을 모집했다.
지난 2008년 설립된 더커자산운용은 지난해 뉴프론티어 사모 해외자원개발 유전펀드 등의 흥행에 힘입어 2011년 12월 말(3분기)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다. 지난달 기준으로 에너지·자원의 운용자산(AUM)이 9000억원에 육박했고 회사 측은 하반기까지 자원 분야의 AUM을 2조원까지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하나UBS자산운용이 지난 2007년 설정한 암바토비 니켈 펀드는 광물자원공사의 마다가스카르 니켈 광산에서 발생하는 수익권을 얻는 구조다. 현재 시범 생산을 하고 있으며 광물자원공사 측은 조만간 본격적인 상업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강세·기관투자가 인식 변화 등 3박자 맞물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자원개발 펀드는 2007년 이전 2개(3300억원)에서 올해 초에는 9개(2조4900억원)로 증가했다. 석유공사(베트남 15-1, 앵커펀드), 광물자원공사(암바토비니켈펀드)가 참여한 펀드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민간 주도의 사업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딜 소싱 사례가 증가하고 펀드 설정이 증가하는 배경으로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우선, 국제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한 점을 들 수 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이후 강세를 보여왔고 최근에는 주춤했지만 이란발 불안요인이 고개를 들면서 유가가 또 다시 들썩거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굵직한 딜이 증가하고 있지만 대외 환경이 불안해지면서 해외 기관들의 집행 여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양질의 딜이 국내에 소개되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펀드의 설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정부가 세제혜택과 무역보험공사를 통한 보증 지원 등으로 투자자들이 안정적 수익을 올릴만한 장치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펀드에 대한 배당소득세 감면이 당초 지난 연말에 일몰될 예정이었지만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의 협의를 통해 3년 연장됐다. 이에 자원 펀드에 투자해 얻게되는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액면 3억원 이하일 경우 5.5%, 초과시 15.4%로 분리과세 되는 혜택을 받는다.
무역보험공사의 투자운용보증사업 재원은 올해 증가분 200억원이 늘어나 1000억원을 기록했다. 보증재원의 15배 범위에서 보증이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보증 규모는 1조5000억원 선이다. 지식경제부 자원개발전략과 관계자는 "업계의 자원개발 사례가 증가하면서 보증에 대한 요구도 커져 보증 여력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올 초 베트남 펀드에서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면서 자원 펀드에 대한 주요 기관 및 개인의 인식이 전환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2008년에도 크게 올랐지만 당시에는 업계에 축적된 노하우가 없어 의미있는 딜로 연결시키지 못했다"면서 "최근 자원 펀드가 호조세를 보이는 것은 그만큼 국내 자본시장이 성숙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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