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3/2012

성공과 실패로 영웅을 논하지 않는다

성공과 실패로 영웅을 논하지 않는다

1. 인재에 대한 무한한 애정

인재가 조직은 물론 나라의 성공과 실패, 흥성과 멸망을 좌우한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치 않는 원칙이자 진리에 가까운 명제다. [사기] 130권을 남긴 사마천은 전체의 86%에 해당하는 112편을 사람에 대한 기록에 안배할 정도로 인간 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과 고뇌를 보여주고 있다. 인간에 대한 이러한 관심은 인재에 대한 관심으로 직결되고, 다시 개혁 사상으로 깊어졌다. 사마천은 이렇게 말했다.

나라가 흥하려면 반드시 상서로운 징조가 나타난다. 군자는 기용되고 소인은 쫓겨난다. 반면에 나라가 망하려면 어진 사람은 숨고, 나라를 어지럽히는 난신들이 귀하신 몸이 된다. "나라의 안위는 군주가 어떤 명령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고, 나라의 존망은 인재의 등용에 달려 있다"는 말이 이런 뜻일 게다(권50 [초원왕세가], 권112[평진후주보열전]).

[사기]에서 사마천은 이 대목을 2번이나 반복해 언급했다. 또한 어려운 시기일수록 인재가 필요한 이유와 관련해서는 "집안이 어지러워지면 양처가 생각나고, 나라가 어지러워지면 충신이 생각난다"는 말도 남겼다. 이렇듯 사마천은 2천 년 전에도 인재가 나라의 흥망을 좌우한다는 깨어 있는 인식을 보여줬다.

사마천은 흉노와의 전투에서 중과부적으로 패한 장군 이릉을 변호하다가 정말 억울하게도 죽음보다 더한 치욕스러운 궁형을 당했다. 그런데 이릉과 사마천은 말 그대로 술 한잔 나눈 적이 없는 사이였다. 다만 사마천은 이릉을 '큰 지사'라고 표현할 정도로 나라에 필요한 인재라고 판단했고, 그래서 사심 없이 그를 적극적으로 변호했던 것이다.

사마천은 이러한 자신의 처지 때문인지 [사기]에서 비극적 인재들에 대한 깊은 동정과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나아가서는 함께 울분을 터트렸다. [사기]에는 현명하고 어질며 능력 있는 인재지만, 권력자나 시기 · 질투에 눈먼 소인배들에게 박해를 당한 비극적 인물만 120명이 넘게 기록되어 있다는 통계도 있다. 이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불우한 인재에 대한 사마천의 남다른 애정을 잘 보여준다.

2. 인재는 시대를 통해 만들어진다

성공은 재능의 본질적 표지이긴 하지만, 성공과 실패로만 재능을 가늠하는 틀에 박힌 경색된 기준을 가져서는 안 된다. 오늘날과 같이 세계의 수많은 인재들이 국경을 초월해 여러 나라를 자유롭게 드나드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사마천은 이런 점에서 대단히 근대적인 의식을 보여준다. 그는 인간의 작용이 역사 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고, 이에 따라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인재가 단련되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이는 인재 사상에 대한 거대한 공헌이었다.

사마천이 실패한 영웅 항우의 행적을 제왕들의 기록이라 할 수 있는 [본기]에 편입한 것이 그 사례다. 농민봉기군의 우두머리로서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더란 말이냐'는 자기해방의 기치를 높이 쳐들고, 중국사 최초의 통일 제국인 진나라의 멸망과 한나라의 교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고용 노동자 출신 진승을 제후들의 기록이라 할 수 있는 [세가]에 편입한 것 또한 가장 두드러진 예다. 한나라를 건국하는 데 큰 공을 세운 한 고조 유방의 아내 여치의 행적까지도 황제의 기록인 [본기]에 편입시킨 것은 정말 파격적인 역사관이자 인재관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사마천은 봉건적 정통의식에 찌든 어용학자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또한 성공 지상주의나 승자 독식론과 같이 인재를 아낄 줄 모르는 천박하고 나쁜 의식에 물든 수구 보수주의자들의 주요한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사마천의 인재관이 누구보다 탁월한 선구적 인식이었음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 사마천의 인재관은 지금도 유용할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깊은 통찰력을 준다.

사마천은 인재란 절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인간 각자의 역할에 눈길을 돌렸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성공과 실패로 영웅을 논하지 않는다'는 '불이성패논영웅'이란 인재관이 탄생했고, 이로써 인재를 정확하게 관찰하고 인식하는 공정한 문이 활짝 열렸다.

3. 인재를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

진승의 봉기로 거대한 제국 진나라가 쓰러지자, 전국 각지에서 군웅들이 일어나 패권을 다퉜다. 이 경쟁은 유방과 항우의 양자 대결로 압축되었고, 결국은 전력상 절대 열세에 놓여 있었던 유방이 역전에 성공해 한 나라를 건국한다. 이 두 영웅의 대결은 힘겨루기였지만, 그 내면을 잘 들여다 보면 결국은 그 휘하에 포진한 인재들의 대결로 압축된다.

초 · 한 전쟁에서 승리한 유방은 황제로 즉위한 다음 낙양 양남궁에서 술자리를 베풀어 대신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유방은 이 자리에서 "삼베옷에 세 자짜리 검 하나만 달랑 들고 항우와 천하를 다툰 끝에 내가 천하를 얻은 까닭과 항우가 천하를 잃은 까닭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같은 고향 출신인 왕릉 등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폐하께서는 오만해 남을 업신여기고, 항우는 인자해 남을 사랑할 줄 압니다. 하지만 폐하는 사람을 보내 성을 공격하게 해서 점령하면 그곳을 그 사람에게 나눠줌으로써 천하와 더불어 이익을 함께 하셨습니다. 반면에 항우는 어질고 능력 있는 사람을 시기해 공을 세우면 그를 미워하고, 어진 자를 의심해 싸움에서 승리해도 그에게 공을 돌리지 않으며, 땅을 얻고도 그 이익을 나눠주지 않았습니다. 항우는 이 때문에 천하를 잃었습니다.

그러자 유방은 다음과 같이 자신이 성공한 이유에 대해 그 나름의 견해를 밝혔는데, 바로 그 유명한 유방의 '승패에 있어 인재의 역할론'이다.

그대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장막 안에서 작전을 짜 천 리 밖 승부를 결정짓는 걸로 말하자면 나는 장자방(장량)을 따르지 못한다.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들을 다독이며, 양식을 공급하고, 운송로가 끊어지지 않게 하는 일이라면 나는 소하를 따르지 못한다. 백만 대군을 모아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고, 공격했다 하면 기어코 빼앗는 일에서는 내가 한신을 따를 수 없다. 세 사람은 모두 걸출한 인재로 내가 이들을 기용했기 때문에 천하를 얻은 것이다. 반면에 항우는 범증을 두었으면서도 제대로 쓰지 않았기 때문에 내게 덜미를 잡힌 것이다.

유방이나 공신들은 초 · 한 전쟁의 승패 원인에 대해 나름의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한결같이 인재의 포용과 대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방이 다양한 인재를 기용하고, 이들의 능력과 지혜를 잘 활용했기 때문에 최후의 승리자가 될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유방은 각 방면의 인재들이 제 몫을 해낼 때 승리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말하자면 유방은 인재의 전문 분야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그들에게 마음 놓고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권한을 충분히 위임했던 것이다. 이처럼 리더는 인재들이 자기 전문 분야에서 마음 놓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면 된다.

"민심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리더십과 관련한 금과옥조처럼 전해오는 천하의 명언이다. 그런데 그렇게 얻은 천하를 누가 다스리는가? 바로 인재들이 아닌가? 그래서 한나라 초기의 정치가 육고는 황제 유방에게 창업이 마무리된 제국의 통치를 위해 경서를 읽으라고 권하면서, "말 위에서 천하를 얻을 수는 있어도 말 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천하를 얻는 것과 다스리는 것은 그 방법이 다를 뿐만 아니라, 기용해야 하는 인재도 다르다는 말이었다. 요컨대 인재를 얻은 자가 천하를 얻고, 인재를 제대로 기용하는 자가 천하를 제대로 다스릴 수 있다.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인재들이 실력을 연마하며 자신을 알아줄 사람과 자신을 드러낼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인재가 성공과 실패, 흥성과 멸망을 결정한다. 다만 이 명제에는 조건이 따른다. 인재를 얻고, 그를 대접하고 격려해 조직과 나라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생략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은 실수와 실패에 연연해 인재를 중도에 버리거나 놓치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 사마천이 그 결과만 놓고 영웅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천하나 조직의 대세에 영향을 미쳤던 인물들을 높이 평가한 것은 인재에 대한 깊은 심려가 그 이면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출처 : 사기의 경영학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