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저금리에 살얼음판 걷는 투자자들
정크본드, MLP, 신흥시장 채권 등 고수익 자산 쏠림 심화
2012.11.08 07:59 ( 백소명 기자)
더벨|이 기사는 11월05일(15:54)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초저금리 환경에 많은 투자자들이 수익을 좇아 리스크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수익을 더 내기 위해 떠앉는 리스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지난 8월 말 젝슨홀 연설에서 번 버냉키 연준의장은 통화정책을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초저금리와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인 정책이 일부 투자자들을 무분별한 수익률 추구로 내몰아 금융 안정을 위협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그는 가능성을 일축했다. 위험할 정도의 리스크 추구행위나 레버리지 쌓기 현상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그의 바램과는 달리 현실에서 이상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1일 칼럼에서 '위험한 위험추구' 행위가 팽배하다고 전하며 통화정책당국의 안이한 주장을 반박했다.
우선 정크본드 랠리다. 막대한 자금이 몰려 정크본드 수익률과 미재무부증권대비 스프레드는 급격히 낮아졌다. 3분기 발행된 정크본드 규모만 940억 달러로 지난해 동기 250억 달러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었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가 투기등급의 디폴트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은 투자판단에 고려되지 않고 있다.
수익률에 대한 열망은 투기등급 지방채에서도 나타났다. 투자적격등급 주정부채 대비 스프레드는 315bp에 불과하다. 2년래 가장 낮다. 투기등급 지방채는 학교와 양로원 등 공공시설의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유사 정부기관에 의해 주로 발행된다. 공공기관의 운영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의존하지만 주정부에 의해 보증되지 않는 위험성이 있다.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MLP(Master Limited Partnerships) 투자도 늘리고 있다. MLP는 석유와 가스의 탐사, 생산 등 에너지 사업 및 부동산에서 장기계약을 통해 지속적인 매출을 창출하는 상장된 LP다. 수익의 대부분을 배당한다. 월스트리트뉴스네트워크에 따르면 현재 10개 이상의 MLP가 3.1~9.9%의 수익을 제공한다. 마라톤정유의 에너지 자산 소유주 MPLX LP는 지난달 말 상장되며 기업공개(IPO) 당일 공모가에서 24%나 상승했다. 정유소와 주유소 체인을 운영하는 노던티어에너지(NTI)의 주가는 올해 상장 이후 55%가 올랐고 공모가격을 기준으로 11%의 수익을 약속한 하이크러스파트너는 8월 상장 이후 22% 상승했다. 견실한 투자 수요로 MLP의 시가총액은 2005년 650억 달러에서 현재 3500억 달러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러한 열기를 바탕으로 사모업체는 보유 중인 오일샌드와 주유소, 광산 지분을 LP에 넘기고 군침도는 수익으로 투자자들은 유인하고 있다.
상업용모기지담보부증권(CMBS)은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덜하지만 역시 과열 조짐이 감지된다. 큰 수요가 몰리면서 수익률 스프레드는 위험이 무시되던 부동산 호황기보다 오히려 좁아졌다. 과거 호황기 전체 상업용부동산 대출의 75%를 담당했던 CMBS가 다시 모멘텀을 얻고 있는 것이지만 신용평가사들은 신용의 질이 악화돼 투자자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흥시장 채권과 주식에 대한 쏠림도 나타났다. 대부분의 신흥시장 국가는 수출에 의존하고 있고 이 중 상당부분은 유럽이 소비한다. 유럽은 명백한 침체 상태고 미국 경제는 둔화 중이다. 주요 소비국들의 경기 침체에도 수출경제가 타격받지 않을 것이란 디커플링의 믿음은 타당하지 않다. 중국의 수출 성장률 둔화가 좋은 시사점이 된다.
그렇지만 최근 투자자들은 동유럽 등지의 신흥시장 소국 국채에 기꺼이 투자하고 있다. 세르비아의 공공부채는 GDP의 51%로 서유럽 선진국보다 훨씬 낮고 실질 채권금리는 10%를 넘어서는 등 위험 대비 매력적인 수익률을 제공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헝가리의 채권 금리는 지난해 10%에서 현재 6% 수준으로 낮아졌다. 그렇지만 신흥시장 채권의 비유동성을 고려할 때 또 한번의 위기가 찾아 온다면 빠져나올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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