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2012

글로벌 부동산 시장, 볕든 곳 보이네 (1) 유럽

글로벌 부동산 시장, 볕든 곳 보이네 (1) 유럽
기사입력 2012.02.29 11:22:57 | 최종수정 2012.03.23 14:03:56

글로벌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다. 유럽발 위기는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고는 있지만 완전한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는 없는 상태다. 재스민 혁명으로 대변되는 민주화 시위, 핵 도발 등 중동의 이슈들도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경기가 한풀 꺾이는 분위기고, 미국에서는 실업률과 소비 양 측면에서 회복세가 보이긴 하지만 아직 안정을 말하기는 이른 것 같다. 이러한 가운데 관심은 세계 부동산 시장에 쏠린다. 2008년 미국 모기지 사태를 시작으로 세계 경제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사건의 중심에는 부동산 버블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 경기의 향방을 진단하기 위해 세계 부동산 시장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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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 부동산도 양극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경기를 위협하는 최대 복병인 유럽. 각종 금융망을 통해 전 세계가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킨 지금 유럽 위기는 곧 세계의 위기로 귀결된다.

유럽에서도 국가 별 희비가 엇갈린다. 독일과 스페인이 대표 사례다. 스페인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며 작금의 유럽 위기를 초래한 국가 중 한 곳이다. 반면 독일은 튼튼한 체력을 바탕으로 유로존의 버팀목이자 맹주 역할을 하고 있다. 갈 곳 잃은 유럽 자금들이 독일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는 현상은 당연하다.

독일의 경제 중심지로 꼽히는 프랑크푸르트 도심 하우프트바헤 지하철역 주변. 몰려드는 인파로 하루 종일 북적댄다. 인근 쇼핑지구인 자일거리로 이동하는 이들이다. 프랑크푸르트 중심가인 마인타우너스젠트럼, 북서부 노스베스트젠트럼 등지에도 쇼핑 인파가 몰린다.

임대료 또한 상승 추세다. BNP파리바 리얼에스테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독일 상업용 부동산에는 유럽 전역에서 총 126억2000만 유로가 몰렸다. 우리 돈으로 18조9300억원 선이다. 3분기까지만 계산해도 전년도 1년치 상업용 부동산 투자액 108억 유로를 훌쩍 뛰어넘었다. 연간으론 20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부동산 컨설팅업체 리디아이시카와 임모빌리언은 독일 전역에 있는 쇼핑센터는 400여 곳으로 10년 만에 70~80% 늘어난 것으로 집계했다.

주택시장 역시 활황세다. 프랑크푸르트 남부 팔먼가튼 인근 고급 주택가에는 인파가 몰리지만 좋은 매물 잡기가 쉽지 않다. 프랑크푸르트 외곽 모르펠더 가에서도 서민층을 위한 다가구주택이 짓자마자 팔려나가는 현상이 잇따른다.

주택 임대료도 오름 추세다. 유럽 쇼크가 빚어진 지난해에도 2%대 상승세를 기록했다. 올해 역시 지난해 수준의 상승세가 예견된다. 독일이 유럽 내에서도 ‘나홀로 상승세’를 타는 것은 탄탄한 경제력 덕분이다.

독일은 유로존 각국이 재정위기 폭풍을 맞은 가운데서도 지난해 성장률이 3%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단연 ‘유럽의 우등생’으로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실업률도 6%대로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다. 우수한 성적을 토대로 독일은 유럽 전역이 경제위기로 허덕이는 가운데서도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은 △독일 경제여건에 비해 그간 공급이 적었다는 점 △증권·금융과 달리 유로존 위기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 등에서 ‘안전자산’ 대접을 받고 있다.

반면 스페인은 올해도 암울하다. 발데루스, 세세냐 등 자족기능을 갖춘 신개발지구에 들어서면 빈집이 발에 밟힐 정도다. ‘공짜 아파트’ 분양 사례까지 나왔다. 공짜 아파트에 당첨되면 1년간 무료로 아파트를 제공하며 기한이 지나도 적은 돈만 내고 재임차할 수 있다. 8년간 임차해서 살면 매매가의 60%를 할인하고, 국가보조금까지 지원해 주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부동산 한파를 경험한 스페인은 당분간 암흑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지에선 ‘20년 새 최악’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건설ㆍ부동산 산업은 스페인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1%를 차지하며 관광산업과 더불어 스페인을 먹여 살리는 버팀목이었지만 불과 수년 사이에 상황이 뒤바뀌었다.

집값도 분양가보다 많게는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은행들이 관리하는 미분양 주택들은 분양가의 20~50% 할인돼 팔린다. 휴양지로 인기 높은 무르시아주 등 남부 해변 지역 고가 주택들은 값이 절반 이하로 급락했다.

오피스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업무 중심인 마드리드조차 오피스 매매가와 임대료가 최근 3~4년간 30~40% 급락하며 체면을 구겼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체인 그레마데스 길마르 관계자는 “개혁정책 시행 후 대도시와 해안가 주택 거래가 조금씩 늘고 있지만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며 “정부 개혁안이 추진돼도 현 침체 상황을 감안할 때 2014년은 돼야 부동산시장이 회복세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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