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2012

[재계 신사업 어디로 가나]①돈 먹는 하마..태양광·풍력

[재계 신사업 어디로 가나]①돈 먹는 하마..태양광·풍력
입력시간 :2012.01.17 08:58

[이데일리 한규란 기자] 한 나라의 재화는 유한하다. 한정된 재화를 어디에 어떻게 쓰야할지는 산업정책을 이끄는 정부, 돈의 흐름과 배분을 고민해야 하는 금융당국, 현장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 모두의 숙제다.

허투루 쓰인 재화는 일개 산업장의 피해로 국한되지 않는다. 나라 전체로는 뼈아픈 기회비용이고, 돈을 댄 투자자와 채권자에겐 직접적인 금융손실이다.

물론 도전 없이는 성공도 없다. 그러나 도전은 준비단계에서부터 치밀해야 한다. 정부부처와 재계가 우격다짐으로 밀어부치다가는, 친구 따라 강남가는 식으로 뛰어들었다가는 탈이 나기 십상이다.

흑룡의 해, 승천은 커녕 용두사미가 되고 있는 재계의 신사업 현주소를 세 편에 걸쳐 짚어봤다.

현대중공업(009540) (287,000원 0 0.00%)은 지난 2005년 울산 선암에 20메가와트(MW) 태양광 모듈 공장을 세웠다. 태양광 사업에 첫 발을 디딘 순간이다. 소규모로 출발했지만 기존 조선업에서 벗어나 태양광사업을 미래먹거리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했다.

현대중공업은 승승장구했다. 지난 2007년에는 기존 모듈공장을 충북 음성 단지로 이전, 30MW 규모로 설비를 확충했다. 이후 제2공장, 제3공장을 세우며 지난해 생산규모를 600MW로 늘렸다.

그러나 순항도 잠깐. 이내 제동이 걸리고 만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태양광발전소 건설 계획을 포기했고, 음성공장의 증설도 연기했다. 경기 불황으로 유럽 정부의 태양광발전 설비에 대한 보조금이 축소되고 공급 과잉마저 겹치면서 태양광 주요 제품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상황은 이제 일부 해외 선두업체들이 원가경쟁력을 앞세워 경쟁사를 쓰러뜨리는 `치킨 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막연한 기대감으로, 너도 하니 나도 해보자는 식으로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은 비상이다. 대부분 투자를 보류하거나 공장 가동을 멈췄다.

LG화학(051910) (348,500원 0 0.00%)과 LG이노텍은 태양광 사업의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투자를 보류했다. 실제 지난해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을 최종 연산 2만톤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는 투자를 미루겠다고 선언했다. 회사 측은 수익성이 확보될 때까지 투자를 보류한다는 방침이다.

KCC(002380) (304,000원 0 0.00%)의 경우 지난해 말 연산 3000t 규모의 충남 대죽산업단지 내 폴리실리콘 공장 가동을 멈췄다. 이에 앞서 SK케미칼(006120) (67,000원 0 0.00%)은 대만 벤처기업인 SREC와 함께 개발하던 폴리실리콘 시험생산 계약을 철회하고 사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한병화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이 준비도 없이 무작정 태양광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 문제"라며 "업체별로 자기의 강점이 뭔지를 정확히 파악해 시황이 안 좋아졌을 때도 살아남을 수 있는 차별화된 아이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풍력도 마찬가지다. 대형 조선사들이 하나같이 미래 먹거리로 꼽던 풍력 사업도 답보 상태다. 글로벌 풍력 시장이 주춤하면서 풍력설비 공장 건설을 멈추는 등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보류됐다.

한 애널리스트는 "풍력 사업의 경우 국내 업체들이 비교적 강세를 보이고 있고 잘 하는 업종이지만, 설치 경험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정부가 국내 풍력 설치를 활성화해 해외 수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로 꼽으며 앞다퉈 뛰어드는 `2차전지 분야`도 포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LG화학(051910) (348,500원 0 0.00%)과 SK에너지(096770) (156,000원 0 0.00%), 삼성SDI(006400) (129,500원 0 0.00%) 등이 2차전지 사업에 진출해있다.

이와 관련, 구자영 SK이노베이션(096770) (156,000원 0 0.00%) 사장은 "세계적으로 2차전지에 대한 과잉투자가 진행되는 중"이라며 "조만간 어려운 시기가 닥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조만간 공급 과잉 징후가 나타날 것이란 게 업계의 예측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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