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7/2012

[해외자원개발 허와 실]캐나다 하베스트

http://www.greendaily.co.kr/

[해외자원개발 허와 실]캐나다 하베스트
2012년 05월 16일 (수)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

“자원개발은 절대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이명헌 하베스트 사장
“자원개발에 대한 일관성 있는 우선순위 정책 필요”…김종우 하베스트 부장
“두꺼비 한 마리에 몇 일간 작업 중단, 손실이 수 억원”…임종찬 하베스트 부장
“자원개발은 경제규모가 승패를 나누는 곳”…박희준 하베스트 과장


수만리 떨어진 캐나다 알버타주에서 우리의 자원 주권 확보를 위해 땀 흘리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다. 극지방의 혹독한 날씨와 사람에 대한 그리움, 전기조차 사용하기 힘든 원시의 현장상황이 주는 어려움까지 겪고 있는 이들이지만, 그에 대한 불평불만보다 마음껏 자원개발 사업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대해 더 안타까워했다.

“자원개발 현장에서 근무하다보니 정말 돈만 있으면 수십조원이라도 투자하고 싶습니다. 땅(자원개발은)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매일같이 보고만 있노라니 어찌나 배가 아프던지요.” 임종찬 한국석유공사 하베스트 부장의 말이다.

그는 “하베스트는 `블랙골드` 광구에서 일산 1만배럴을 목표로 시추 작업이 한창인데 인근에 중국과 미국, 일본 등이 투자한 일산 10만~20만배럴 규모 광구에서 시추와 생산이 진행 중”이라며 “파내기만 하면 바로 현금화 할 수 있는 오일샌드를 우리보다 수십 배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투자 자금이 부족하다는 현실이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임 부장은 “그래도 우리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우리나라가 자원개발 메이저로 우뚝 서는, 자원 주권을 확보하는 그날까지 이 싸움을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 왕복 1회 교통비만 170만원=우리나라 최초 오일샌드 광구인 블랙골드 현장으로 가기위해 캘거리 공항에서 50인승 소형 전용기에 올랐다. 블랙골드 광구 인근 킹클린 사설공항까지 이동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1시간 40분.

불과 1시간 40분을 왕복 이동하는데 요금이 무려 1500달러(약 170만원)를 지급했다. 우리나라에서 캐나다를 왕복할 수 있는 항공요금을 겨우 현장에 투입하는 인부들의 교통비로 사용해야 하느냐고 묻자, 임 부장은 “그 만큼 돈이 되는 사업이니 쓰는 것 아니겠냐”며 “놀랄 일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킹클린 사설공항에 도착하자 대형 오프로드 전용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당초 침엽수림과 늪지대였던 지역을 오일샌드 개발을 위해 길을 내고 전력망도 깔고 했으니 길이라고 해봐야 오프로드 외길뿐이다. 덜컹거리는 자동차로 30여분 이동하자 수많은 다른 업체들의 광구 안내 간판을 지나 하베스트의 `블랙골드`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광구 입구를 지나 시추작업이 진행 중인 곳으로 이동하는 데만 10분가량 소요됐다. 광구면적 39만㎢, 총 2억5900만배럴을 생산할 수 있는 오일샌드가 묻혀 있는 지역이라 모든 필드를 한 눈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크기다.

◇오일샌드 생산위해 땅속 플랜트 건설=시추현장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약 30m 높이의 시추 설비 리그(RIG). 1단계 일산 1만배럴 생산을 목표로 시추 작업이 진행 중인 현장에서는 9번째 시추 작업이 진행 중이다. 1단계에서 총 15개의 생산 파이프라인을 설치하기 위해 그 두 배인 30개의 구멍을 뚫어야 한다. 블랙골드 광구에 적용된 오일샌드 생산 기법은 `지하 회수(SAGD)` 방식으로 고온고압스팀을 주입해 녹아 흐르는 기름을 회수하는 것이다.

임 부장은 “오일샌드 생산을 위해서는 단순히 땅을 파는 것이 아니라, 400m 땅 속에 오일샌드 생산을 위한 플랜트를 건설하는 정밀한 작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블랙골드 1단계 사업은 400m 땅속 25~30m 정도의 오일샌드 층에 있는 끈적끈적한 형태의 점성질 원유 `비튜멘`을 생산하는 것으로 오일샌드층 최하단 1m 위치에 비튜멘을 끌어올리는 파이프라인 `프로듀서`를 설치하고 그 프로듀서와 정확히 5m 간격으로 스팀파이프를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임 부장은 “프로듀서를 최대한 오일샌드층 하단으로 보내야 많은 비튜멘을 뽑아 낼 수 있고, 스팀파이프의 간격도 정확해야 생산량이 올라간다”며 “이를 위해 시추 시 첨단장비와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한 치의 오차도 생기지 않도록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땅속 400m에서 지름이 약 50㎝인 파이프라인을 오일샌드층 하단 1m 간격을 유지하면서 설치하는 것은 외줄타기보다 더 힘들다. 그래서인지 작업 현장에서는 조금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1만배럴 대 20만배럴, 다윗과 골리앗 싸움=작업이 어렵다는 것과 더불어 현장을 긴장에 몰아넣는 것은 천문학적인 작업비용이다. 작은 실수로 작업이 며칠만 늦어져도 수십억원 손실이 발생한다.

이렇게 큰 비용을 투자하는 이유는 물론 돈이 되기 때문이다. 1단계 생산설비가 구축되는 2014년부터 향후 20년 동안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유지한다면 하루 11억원, 연간 4000억원이 콸콸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2차 사업 3만배럴까지 추진되면 수익도 세 배로 늘어날 것이다.

임 부장은 “우리는 1만배럴 생산 사업비용만도 부담스러운데 블랙골드 광구 인근에는 중국·일본·미국 등이 투자한 10만~20만배럴 규모의 오일샌드 광구 개발과 생산이 한창”이라며 “우리의 수십 배를 투자해 수 년 뒤 이들이 얻을 수익을 생각하면 부러워서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오일샌드 생산전문가 `제로`=블랙골드 현장 하루 작업에 소요되는 비용은 약 15만달러(약 1억7000만원)다. 시추장비를 포함한 다양한 설비 렌트비와 전문 인력들의 인건비, 전력비용 등을 모두 포함한 액수다. 특히 시추감독의 일일비용은 1500달러(170만원)이다.

임 부장은 “이라크 현장에서는 시추감독 인건비가 하루 2500달러(약 300만원)”라며 “캐나다는 워낙 자원개발이 활성화된 지역이라 인건비가 높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오일샌드 생산전문가가 전무하다. 오일샌드 생산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한국의 오일샌드 생산은 지난 2006년 석유공사가 미국 뉴몬트의 캐나다 앨버타주 소재 블랙골드 광구 지분 100%를 2억7000만달러에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신현돈 인하대 교수는 “성공적인 오일샌드 생산을 위해서는 경험 있는 기술자 확보가 필수”라며 “단기적으로는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장기적으로는 광구 저류층 특성에 맞는 회수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과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공사는 블랙골드 작업인력의 90%를 현지에서 채용하고 있다. 본사 파견인력은 행정 등 관리업무가 대부분이다. 최근 오일샌드와 같은 비전통에너지가 주목받고 있어 우리의 기술과 인력으로 자원개발에 나서야 효율적인 탐사·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신 교수는 “오일샌드 개발에 대한 우리의 기술력은 일본, 미국 등 메이저 자원개발기업에 비교해 40%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저류·생산·시추공학으로 연결되는 전문가 네트워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