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2012

[자원개발 허와실]제2의 중동 카자흐스탄

http://www.greendaily.co.kr/

[자원개발 허와실]제2의 중동 카자흐스탄
2012년 05월 30일 (수)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

세계 9위의 원유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 카자흐스탄. 제2의 중동이라고 불리는 카스피해에 가장 넓은 해안선을 접하고 있으며 한반도의 20배에 달하는 광대한 영토와 풍부한 자원으로 글로벌 메이저 자원개발 회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 2005년부터 카스피해 북서부 육상지역 악토베주에 위치한 아다광구를 시작으로 검은 황금의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이곳에서 만난 한국석유공사 현지 직원들은 정치·사회·역사·경제 등 무엇 하나 석유 개발 사업에 우호적인 부분이 없다고 말한다. 특히 20세기 오일러시 때부터 기술과 노하우 자본력을 키워온 대형 메이저 석유기업들과의 경쟁은 정면승부를 생각할 수조차 없고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자본은 이를 능가하는 위협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짧은 개발기간, 성과보다 숙제가 더 많아=한국석유공사가 카자흐스탄에서 운영 중인 대표 광구는 아다·알티우스·잠빌·아리스탄·쿨잔 등이다. 이 중 원유를 상업생산하는 곳은 기존 생산광구를 인수한 알티우스가 유일하다. 나머지 광구는 아직 탐사광구로 상업시추를 하지 않고 있다. 석유공사는 올해 말 아다광구의 생산광구 전환을 시작으로 탐사광구의 생산기지 전환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카자흐스탄 석유시추를 사업을 벌인지 7년, 아직은 성과보다는 숙제가 많은 상황이다.

아다광구의 생산광구 전환은 석유공사가 카자흐스탄 내에서 개발 중인 모든 광구를 통틀어 상업화를 시도하는 첫 사례라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자원개발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문제는 생산광구 전환을 위해 카자흐스탄 정부에 제안해야 할 사회적 지원금 수준이다. 카자흐스탄 석유가스부는 외국계 석유회사의 생산광구 승인 시 항상 사회적 지원금을 요구해왔다. 더욱이 이 비용은 광구 규모 및 시추량 등 정량적 잣대 없이 국가관계·시간적 배경·실무자의 재량에 따라 천차만별로 적용되고 있다.

석유공사 측은 계약 내용에 따라 해당 광구 원유의 해외반출 가능 비중과 전체 세부담률도 달라질 수 있어 유사 광구의 계약 정보를 수소문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인호 석유공사 과장은 “카자흐스탄 정부가 요구하는 적정 수준의 사회적 지원을 제안하는 것이 생산광구 전환 성공을 가늠할 것”이라며 “유사광구 정보 수집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산광구 계약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해외반출 비중을 많이 배정받아도 유통 부분에서 또 다른 장벽에 부딪히게 된다. 카스피해를 제외하면 사실상 중앙아시아 내륙 한복판에 위치한 이곳의 원유를 해외로 유통하는데는 상당한 비용을 수반하게 된다. 중동 원유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사실상 지리적으로 카자흐스탄 원유를 국내로 들여올 가능성이 낮다. 석유공사는 다른 메이저 기업에 카자흐스탄 원유를 판매하고 해당 기업으로부터 같은 수준의 국내 도입용 원유를 받는 로케이션 스왑방식을 구사한다는 그림이다. 하지만 미국의 앵커광구와 캐나다의 하베스트 광구가 해당 전략을 성사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 기대치는 높지 않다.

◇화교자본 러시 속에 틈새시장 발굴해야=석유공사가 생산광구 첫 전환을 앞두고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동안 중국은 공격적인 광구 인수에 나서고 있다.

구소련 붕괴 이후 독립국가로 출발한 카자흐스탄 정부가 러시아의 간섭을 막기 서구 메이저 석유기업을 불러들였고 다시 이들을 견제하기 위해 불러들인 중국기업들이 이제 터줏대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중국의 행보는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공산권 시절부터 쌓아온 국가 간 친분관계와 경제원조, 그리고 카자흐스탄 정부가 가장 필요로 하는 자본을 대규모 차관으로 지원하는 중국의 석유사업 환경은 그 어느곳보다 좋다. 유통문제도 인접국가의 장점을 살려 송유관 건설로 해결했다.

여기에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이 과도한 규제와 지원 요청에 개발을 포기하고 매물로 내놓은 광구를 화교자본의 힘으로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카자흐스탄 정부가 석유화학단지를 건설하는데 50억달러 규모의 차관을 제공하기도 했다. 다른 국가들이 계약조건으로 기술이전·인력양성과 같은 부가적 지원을 약속하는 것과 달리 대놓고 자금을 지원하는 중국의 협상력이 카자흐스탄 정부를 보다 강하게 설득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시장 확대를 위한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중국기업의 저돌적인 공세에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가 카자흐스탄에 진출할 당시 만해도 이곳 석유시장의 중국 지분율은 10% 정도였지만 지금은 30~40%에 달한다. 특히 자국민들의 중국기업에 대한 반감이 심하다. 다른 국가와 달리 중국기업의 경우 현지사무소와 현장직원을 중국인으로 채우면서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불만을 초래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내 차이나타운이 만들어지는 경우와 맥을 같이한다. 현지 하원 의원들도 중국의 석유시장 잠식에 대한 정부의 무대책을 지적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과거 까레이스끼(고려인)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시작해 좋은 감정을 유지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원유 개발 시장에서 대중국 유일한 우의점이다.

신우경 석유공사 부장은 “중국기업의 경우 카자흐스탄 정부를 상대로 한 자금 지원은 충분한 반면 현지 국민들을 위한 배려는 없는 편”이라며 “우리나라가 이를 경쟁우위로 확보한다면 틈새시장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안할 수 있는 경쟁력은 ‘정성’ 뿐=중국과 달리 한국이 카자흐스탄 정부에 보여줄 수 있는 카드는 정성과 신뢰가 유일하다. 석유개발 경험은 이제 걸음마 단계고 보유 자본은 명함도 내밀기 힘들다.

긍정적인 면은 카자흐스탄 정부의 요구가 기존 자본 일색에서 좀 더 다양한 것들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기술 이전이다. 카자흐스탄은 자원 중심 개발도상국의 고질병인 에너지 산업 의존도·제조 산업부재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프라 산업기술 이전과 인력양성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제안해 왔던 것과 같은 내용이다. 시추선 건조와 양도를 전제로 개발을 시작한 카스피해 잠빌광구 사업은 카자흐스탄의 기술이전 요구를 충족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카자흐스탄 유전개발에서 우리나라가 중국을 넘어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중국기업의 ‘뭉칫돈’ 공세는 우리 석유개발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서구 자본을 견제할 목적으로 중국을 참여시킨 카자흐스탄은 이제 중국을 견제할 제3 세력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현지에서는 한국이 중국을 견제할 3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현지 국민들의 중국인에 대한 반감은 상상 그 이상이다. 같은 몽골계 인종이 있음에도 동양인을 보는 그들의 눈빛에는 경계심이 가득하다. 그들이 동양인을 나누는 기준은 중국인과 비 중국인이다. 과거 우호국 배경에 정부의 대중국 선호도는 높지만 국민은 정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상당 부문 발전했다. 특히 카자흐스탄이 구소련 독립 CIS 국가 중 가장 높은 경쟁성장을 하며 가전제품과 자동차 중심의 한국 브랜드 사용이 늘어난 것도 인지도 상승에 기여했다.

카자흐스탄 현지 사무소에는 일명 ‘부적’으로 통칭되는 사진이 있다.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함께 찍은 사진이다. 과거 한 석유공사 현지 사무소에 경찰이 몽니를 부릴 목적으로 찾아왔다. 양국 대통령의 친분을 느낄 수 있는 사진에 그냥 돌아간 것이 그 배경이다. 국가간 교류 협력이 현지 사업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단편적으로 알 수 있는 사례다.

우리나라 자원개발이 화교자본의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국가교류를 통해 카자흐스탄 정부와 국민에게 친분을 쌓고 경제성장을 도와주는 국가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용화 석유공사 과장은 “지금은 중국기업이 자본의 힘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카자흐스탄 정부는 과거부터 하나의 세력에 시장이 좌지우지되는 것을 견제해 왔다”며 “지속적인 교류로 친분을 확대해 나간다면 메이저 석유기업들의 경쟁 속에서도 충분히 틈새시장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