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2011

내일신문: [카드시장 구조개편 미룰 수 없다]③ 가맹점 의존 더 이상 어려운데,

[카드시장 구조개편 미룰 수 없다]③ 가맹점 의존 더 이상 어려운데,
2011-03-25 오후 1:05:08 게재

수입구조 변화 필요한데, 새 수수료 신설 힘들어
수익 감소하면 마케팅 비용 먼저 줄일 듯 … 부대사업도 확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가 하나의 추세로 굳어지면서, 신용카드사들도 수입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도하게 가맹점 수수료에 의존하는 구조가 변하지 않고서는 가맹점 단체와의 수수료율을 둘러싼 갈등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6개 전업계 카드사들의 영업수익 14조4984억원 가운데 가맹점 수수료가 7조1949억원으로 49.6%를 차지했다. 거의 절반인 셈이다. 지난 2009년 6조1296억원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액수로는 1조원 가량이 늘었고 비중도 1.2% 증가했다.

평균 가맹점 수수료율이 2009년 대비 0.08%p 하락한 2.07%를 기록하고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의 금리가 3% 정도 내려간 상황에서 이같은 실적을 거둔 데는 이용실적 증가가 주효하게 작용했다.

◆카드 이용실적 증가세 둔화될 듯 = 지난해 카드 이용실적은 517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6조6000억원이 늘어 9.9% 증가했다. 이용실적 가운데 처음으로 신용판매 부분이 400조원을 돌파해 412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04년 229조900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79.2%나 증가한 수치다. 현금대출도 105조3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5조9000억원이 늘었다.

덩달아 민간소비지출에서 카드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도 56.1%로 5%p 높아졌다. 2002년 카드대란 때 38.0%까지 상승했던 카드 결제비율은 2004년 34.2%, 2005년 36.7%로 줄어들다가 다시 2006년 39.0%로 올라가기 시작해 2008년에는 47.0%나 차지했다. 지난 1999년 정부가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을 채택했을 때의 15.5%와 비교하면 3.6배나 커졌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신용카드 사용금액 비중도 2008년말 현재 44.5%로 미국(14.9%)과 캐나다(18.3%) 등 카드 사용이 활성화되어 있는 국가와 비교해서도 월등히 높다. 나라별 결제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감안해도,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사용비중은 세계 최고에 속한다.

하지만 더 이상의 카드 이용실적 증가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아무리 신용카드 수납이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이 있다고 해도 향후 급격한 증가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인성 여신금융협회 실장은 "카드 결제범위가 도박과 예금 등을 빼고는 다 되는 걸로 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용실적이 늘겠지만 현금으로 결제하는 부분이 남아 있어 민간소비지출의 3분의2를 차지할 정도까지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맹점 수입은 줄고 마케팅 비용은 늘고 = 카드 이용실적의 둔화는 가맹점 수수료 수입의 감소를 불러올 것이 확실하다. 특히 매년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수입이 급격하게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대체할 수입구조는 마련돼 있지 않은 형편이다. 오히려 전업계 카드사가 늘어나면서 회원 모집이나 할인 및 포인트 적립 등의 부가서비스 제공을 위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전업계 카드사 영업비용 11조4522억원 가운데 6조4396억원이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됐는데, 이는 전년보다 9510억원이나 증가한 규모다.

줄어드는 가맹점 수입과 늘어나는 마케팅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가맹점과 회원에 대한 수수료 부과체계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미국이나 호주 등의 국가처럼 가맹점 가입 및 관리, 거래처리, 각종 내역서 발급, 민원처리 등의 각종 서비스에 따라 수수료를 세분화해 부과할 수 있지만, 지금도 수수료율에 불만이 많은 가맹점들이 이를 받아들일리는 만무하다.

회원들도 마찬가지다. 연회비와 할부거래나 현금대출에 따른 이자만 내고 있는 우리나라 회원들이 미국처럼 계좌개설이나 거래유지, 결제잔액이전, 한도초과 등의 명목으로 별도 수수료를 부과하면, 카드시장 자체가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한 카드사 간부는 "카드 시장은 포화 상태인데, 전업계 카드사가 늘어나 수익성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외국에 비해 작은 회원 수수료를 신설하는 방법이 있지만, 회원들에게 부가서비스를 제공해온 현 시장구조를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수입을 보충할 수 있는 부대업무가 있긴 하다. 신용카드사들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신용카드의 부대사업으로 보험대리점 여행알선 통신판매를 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1조2422억원이었던 부대사업 실적이 지난해에는 1조8480억원으로 48.7% 증가했다. 가파른 증가세다.

그러나 지난해 신용카드 이용실적 517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미미하다.

◆3당사자 거래구조 개편도 어려워 =아예 거래 구조를 바꾸자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나라 신용카드 시장은 카드사가 카드 발급과 매출채권 매입업무를 겸하는 3당사자 체제(신용카드사-소비자-가맹점)의 비중이 높다. BC카드로 대표되는 4당사자 체제(신용카드사-채권매입사-소비자-가맹점)가 있긴 하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3당사자 거래구조가 압도적이다.

4당사자 체제에서는 가맹점과 매입사업자, 매입사업자와 신용카드사간에 경쟁관계가 형성돼 시장원리에 의해 수수료가 책정되는데 반해 3당사자 체제에서는 카드사가 카드발급과 매출전표 매입업무를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에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가맹점의 수수료를 책정하는 경향이 짙다. 그만큼 가맹점의 협상력이 약한 것이다.

문제는 전업계 카드사 4개가 시장의 60%를 넘게 차지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과점적 시장구조다. 이런 여건에서는 정부가 4당사자 체제로 바꾸려고 해도 시장은 따로 놀 공산이 크다. 이보우 단국대학교 교수는 "가맹점이 카드를 받지 않고서는 비즈니스를 할수 없는 환경이 됐고, 이는 카드사의 가맹점 의존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다"며 "카드사의 수익이 감소하면 새로운 수수료를 만들기보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먼저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