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2012

[커버스토리] 부동산 못미덥다면 유전펀드로 눈돌릴만

MK뉴스

[커버스토리] 부동산 못미덥다면 유전펀드로 눈돌릴만
인플레 헤지효과 커 안정적 장기투자에 제격
원유생산 정상궤도 올랐다면 기대수익률 8%
기사입력 2012.04.13 09:54:41

■ 유전전문가 4인이 말하는 油테크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현재 유가 수준은 배럴당 147달러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08년보다 더 높은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2차세계대전 후 유가가 급격하게 치솟을 때마다 항상 세계 경제는 침체 국면에 빠져들었다고까지 했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채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고유가란 새로운 망령이 덮치고 있는 셈이다. 매일경제는 박용수 RG에너지자원자산운용 대표, 정종세 더커자산운용 에너지자원본부장, 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김동호 삼천리자산운용 운용본부장 등 유전 전문가들과 만나 유가전망 그리고 고유가 시대 재테크 비법, 이른바 `유(油)테크`를 집중 분석했다.

-이란 핵개발과 중국 수요 증가 가운데 무엇이 더 유가에 영향을 미치나.

▶정종세 본부장=유가는 단기 쇼크에 민감하다. 하지만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전반적으로는 앞으로 2~3년 정도 중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WTI 기준 배럴당 70~120달러 선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70달러대가 되면 유전개발 이외에 셰일원유, 오일샌드 등 비전통적인 석유개발 유인이 감소해 공급이 줄어든다. 반면 120달러가 넘어서면 경제적 이익이 없던 채굴 방식에 채산성이 생기게 돼 공급이 는다. 평균 유가는 점차 올라가겠지만 박스권 내에 머물 것이다.

▶신현돈 교수=경기가 아무리 둔화돼도 배럴당 70달러 이하로 떨어지긴 어렵다. 중국이나 인도 등 이머징마켓 국가들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가 넘어설 때까지 소비가 증가할 것이다. 다만 최근 들어 비전통 석유자원 매장량이 증가했다. 베네수엘라 초중질유, 캐나다 오일샌드 등이 3000억배럴 이상 확보돼 있다. 유가는 오르락내리락하며 전반적으로 평균 가격이 상승할 것이다.

▶김동호 본부장=공급 측면에서는 셰일가스 혁명이 화두다. 새로운 매장량이 생기는 것이다. 가스가 상대적으로 워낙 싸다. 수요 공급 측면으로 보면 하락요인도 적지만 급격한 상승요인도 적다. 박스권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단지 이란사태 등 정치적 변수 때문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런 상태다.

-이란 사태가 터지면 유가는 얼마까지 튈까.

▶박용수 대표=이란 문제가 장기화하면 최고 200달러도 갈 수 있다고 본다.

▶정 본부장=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이란을 어떻게 때리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신 교수=이란 사태는 결국 미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실제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파워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호르무즈해협 사태가 발발하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얼마나 증산할 수 있을까.

▶신 교수=지금 사우디가 생산하는 양은 하루에 1000만배럴 정도가 안 될 것이다. 아마 200만배럴을 추가로 더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전체 원유 생산량 8000만~9000만배럴 중에 200만배럴 정도 더 해봤자 큰 수치는 아니다.

-위기시 한국 원유 수입처는 안전한가.

▶박 대표=한국은 석유 수입뿐 아니라 정유시설 역시 중동산 석유를 정제할 수 있도록 맞춰져 있다. 중동산 석유가 저질 석유인데 그것을 정제하도록 맞춰져 있어 바로 다른 지역 원유로 대체하기가 어렵다.

-미국 앵커유전에 투자하는 펀드가 올 초 인기를 끌었다. 유전펀드의 장점은 뭔가.

▶박 대표=탐사, 개발 단계가 아니라 안정적인 생산단계에 진입한 유전의 경우 부동산으로 치면 다 지어진 임대형 건물이라고 보면 된다. 한마디로 임대빌딩을 매입하는 것과 같다. 오늘 나오는 유전이 내일 안 나오는 경우는 생각할 수 없다. 부동산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고 생각하면 유전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김 본부장=인플레이션을 헤징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상품을 찾는다면 석유는 매력적이다. 미국에도 상장돼 있는 유전펀드들의 경우 배당수익이 꾸준히 7~9% 나오고 있다. 그렇게 보면 다른 상품보다는 인플레이션 헤징이 되면서 장기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된다. 갑자기 정치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더 큰 수익도 가능하고. 땅에 묻혀 있는 원유는 저장설비에 보관돼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매장량리스크가 기술 선진화로 많이 없어졌다. 생각만큼 리스크가 크지 않다.

▶정 본부장=국내에 갈 곳 없이 떠도는 부동자금이 650조원대다. 북미쪽에서 한국이 들어가기에 좋은 안정된 유전개발 시장이 열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미국은 유동성 부족으로 자금 모집이 안돼 다른 사업보다 좋은 투자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펀드보험제도, 분리과세 등을 감안할 때 기관이나 고액투자자 입장에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올해도 유전펀드가 많이 나오나.

▶박 대표=안정성 높은 미국 육상유전을 토대로 한 유전펀드를 준비하고 있다.

▶정 본부장=지난해 더커에서 총 9000억원 규모 자원펀드를 조성했다. 올해도 몇몇 운용사에서 준비 중이다.

-유전펀드 기대수익률은.

▶박 대표= 건물이 다 지어진 상태, 다시 말해 원유 생산이 안정화된 상태라면 약 8%대가 적정한 기대수익률이다. 분양을 하지 않은 상황이면 기대수익을 15% 정도로 높이는 게 일반적이다. 생산을 기대하거나 준비하는 유전의 경우 리스크가 있어 기대수익이 최소 12~15% 정도는 나와야 한다.

▶김 본부장=유전에 전문 투자하는 미국 PE(사모펀드)들의 경우 상당수가 IRR(내부수익률) 기준 20~30% 수익을 내고 있다. 다만 미국도 일반인들에게 파는 상품은 정말 안정적인 것을 팔기 때문에 수익률이 한 자릿수대로 내려간다. 한국도 투자자들의 전문성과 수요에 따라 다양한 구조의 유전펀드들이 설계될 수 있다.

■ "자원개발株는 로또 아닌 과학, 객관적 평가 거쳐야"

-씨앤케이 등 자원개발주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경우가 많다.

▶박 대표=자원개발 단계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 탐사단계에서 성공률은 평균 10%대다. 개발단계는 50~70% 정도, 생산단계에서는 90% 정도가 성공률이다. 자원개발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자원 개발이 아니다.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가 탐사나 개발 단계에 투자하는 것은 맞지만 보수적인 성향의 투자자가 탐사나 개발 단계에 뛰어드는 것은 어색하다. 안정적인 수익을 원한다면 탐사나 개발단계에선 절대 쳐다봐선 안된다.

▶정 본부장=전문 운용인력이 있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어떤 기업들이 투자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박 대표=공대생들에게조차 자원개발이 뭐냐고 물으면 `로또, 도박, 외교` 이런 답변이 나온다. 사실 자원개발은 고도의 과학이다. 희토류 같은 경우도 그렇다. 중국은 희토류 추출기술이 발달되어 있다. 한국이 희토류 광산을 사도 그것을 추출할 수가 없다. 쓸데없는 투자가 되는 것이다. 그 과학을 이해할 수 있는 파트너가 있어야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김 본부장=한국 기관투자가들이나 슈퍼리치들의 경우 그동안 대체투자가 부동산에 편중된 것을 다변화하는 측면에서 필요하다. 그러면서 위험도 줄이고 기대수익도 올릴 수 있다. 다만 전제는 믿을 만한 운용사에서 믿을 만한 평가기관의 평가를 거친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이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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