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4/2012

[자원개발 허와실 그리고 과제](7·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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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개발 허와실 그리고 과제](7·끝)
시리즈를 마치며…취재기자 방담
2012년 06월 13일 (수) 그린데일리 green@etnews.com

“나무 한 그루 고사했다고 숲 전체의 기능이 상실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자원개발도 이와 같습니다. 일부 실패하는 현장이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이 자원개발 전체의 실패로 포장되는 것은 우리의 해외자원개발 의지를 꺾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장장 5개월에 걸쳐 해외자원개발 현장을 직접 방문한 전자신문 특별취재팀이 한자리에 모였다. 석유공사를 비롯한 민관기업이 캐나다, 호주, 카타르, 볼리비아, 카자흐스탄에서 진행하고 있는 자원개발사업 현장을 취재하며 가슴속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큰 틀에서 자원개발사업의 당위성을 깨닫게 됐고 사업의 특성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전자신문이 지난 5월부터 매주 한 차례씩 연재해 온 ‘자원개발 30년 허와 실, 그리고 과제’는 우리나라 해외자원개발의 현주소와 풀어야 할 숙제를 되짚어보는 과정이었다. 오지의 자원개발 현장을 찾아가는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국내 언론사 최초로 5곳의 현지취재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자리에서 특별취재팀이 미처 지면에 담지 못했던 뒷이야기들을 털어놨다.

◆참석자
김동석 부장(그린데일리), 함봉균기자, 조정형기자, 최호기자, 유선일기자

-사회(김동석 부장)=장장 5개월에 걸친 시리즈 연재가 끝났다. 특별취재팀은 먼지와 돌가루가 날리는 자원개발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취재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 있었나.

▲조정형 기자=아름다운 자연경관과 광활한 자원개발현장이 펼쳐 질 것이라던 상상은 처음부터 깨졌다. 자원개발 현장은 거대한 공사장을 방불케했다. 아직까지 문명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비포장 도로를 5시간이나 달려야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200㎞밖에 안 되는 거리였다. 달리는 동안 엉덩이가 의자에 붙어있질 못했다. 머리는 천정에 수차례 부딪혔다. 속이 울렁거렸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이 길을 오가는 현장 직원들의 말에 “힘들다”라는 말을 감히 입밖으로 내지 못했다.

▲김동석 부장=육체적인 고통을 이야기하자면 볼리비아를 빼놓을 수 없다. 32시간의 비행은 고역을 넘어 고문이었다. 몸은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공항에 내렸지만 이번에는 숨이 가빠왔다. 평균 해발 4300미터 지역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괴로웠다. 말로만 듣던 고산병은 취재 기간 동안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을 괴롭혔다. 산소가 부족하니 두통은 계속됐고 나중에는 복통까지 이어졌다.

▲유선일 기자=호주 스프링베일 광산은 다른 기자가 취재한 환경과는 많이 달랐다. 시드니에서 차로 2시간 거리라 이동도 쉬웠고 도로 사정도 좋았다. 지하 500m, 길이 11㎞의 지하갱도 안에 들어가자 덥고 습한 기운이 밀려왔지만 이 또한 참을만 했다. 자원개발사업에 있어 환경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호주라서 그런지 굉장히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자원개발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함봉균 기자=캐나다 오일샌드 생산 현장도 취재 여건이 좋았다. 비전통자원인 오일샌드 생산은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전문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생활의 여유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식사, 주거 등 모든 환경이 좋았다.

-사회=각자 느끼는 자원개발사업에 대한 인식이 다를 것이다. 이번 기획을 통해 어떤점을 깨닫게 됐는지, 해외 출장전과 비교해 자원개발사업에 대한 사고의 틀이 바뀐 부분이 있다면.

▲함봉균=자원개발사업이 아닌 LNG도입 과정을 다룬 카타르편을 읽고 오히려 자원개발사업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느꼈다. LNG는 우리나라 필수 에너지다. 당연히 수입된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국가에서 들어오는지, 계약 조건은 어떤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기사를 통해 우리가 LNG구입에 있어 카타르의 VIP고객임에도 불구하고 계약의 유리한 위치에 서지 못 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매량이 많아도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다. 호주, 캐나다 등 LNG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가스전 개발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동석=호주의 환경세·탄소세 도입에 대한 현지 자원개발기업인들의 생각과 대처를 소개한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당장 우리에게 영향이 없더라도 철광석, 유연탄 등 대호주 의존도가 높은 광물이 우리나라 근간산업에 쓰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호 기자=최근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비전통자원 생산 현장을 다룬 캐나다 오일샌드편을 관심있게 읽었다. 기존 석유 생산방식에 비해 배럴당 2~30달러가 추가적으로 소요된다고 하니 비전통자원 시대가 열릴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든다. 취재했던 카타르에서는 자원부국의 힘을 피부로 느꼈다. 경기도 면적의 카타르는 인구가 30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 3대 LNG생산국이자 10위권의 산유국이다.
자국민에게 전기·가스 요금 등을 받지 않는다. 자원의 힘이다. 우리나라가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명운을 걸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소유의 자원이 있어야 안정적이다.

▲조정형=광산의 주인이 있는데도 지역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불법으로 자원을 채취하는 볼리비아 상황을 보며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자원개발사업 무대는 사실상 100% 해외다. 현지 주민과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아직 발전이 더딘 나라에서는 현지 정서를 읽고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사업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생계를 위해 광산에서 채굴을 하는 현지 주민들에게 강경한 대응을 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유선일=글로벌 자원개발기업의 격전지인 카스피해 지역에서 우리나라가 과연 어떻게 사업을 추진해 나갈지를 고민하게 한 카자흐스편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모든 기자들이 중국 자본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했지만 카자흐스탄편에서는 중국 자본의 위상이 더욱 잘 드러났다.
카스피해 자원개발편에서 중국이 거의 독식을 하며 자원개발 블랙홀로 불리는 이유에는 중국의 막대한 자본력이 자리잡고 있었다.

-사회=해외자원개발 취재 현장에서 느낀 자원사업의 어려움은 없었나.

▲유선일=자원개발사업이 일반적인 투자사업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호주 스프링베일 사업은 4년짜리 프로젝트다. 3년이 투자에 소요되는 기간이라면 투자수익은 마지막 남은 1년에 모두 거둬들인다. 감사기관를 비롯한 각계에서 “왜 수익이 안 나느데 돈을 쏟아 붓느냐”라고 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사업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함봉균=오일샌드도 마찬가지다. 10년 사업인데 투자가 7년이고 회수는 3년이다. 이러한 구조를 현지에 가서 알았다. 이 사업을 보고도 역시 투자금 회수가 안 된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자원개발사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조정형=해외 기업과 우리나라 기업의 대형화 개념이 많이 달랐다. 카자흐스탄만 해도 이미 해외 메이저 기업들이 과거 휩쓸고 지나간 곳이다. 이들 기업은 자원개발에 이미 수백년전부터 뛰어든 기업이다. 이들의 노하우와 경쟁력을 우리가 불과 몇 년 만에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리한 조건이다. 지금 좀 더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쏟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최호=LNG도입 과정을 지켜보며 느낀 점은 부러움과 서러움이다. 우리나라는 카타르 최대 LNG 구매 고객이다. 하지만 카타르는 우리나라가 공급선을 다변화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크게 유리한 입장을 점하지 못하는 이유다. 자원개발사업 필요성 역시 절실하게 느꼈다. 필요한 것이 없다면 사서 쓰는 것보다 우리가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회=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선 다변화 정책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현지취재였다. 자원개발 현장에서 느낀 또다른 문제점은 무엇인가.

▲최호=자원개발사업은 자본력과 외교, 때로는 로비능력까지 필요한 사업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일례로 이라크 자원개발사업 참여 기업 입찰과정에서는 우리나라 정부·기업의 정치적인 자세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이라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와의 관계 때문이다. 그들이 추진하고 있는 국가 재건사업과 자원개발 프로젝트를 연계할 수도 있다.

소위 말하는 패키지형 자원개발을 적용할 수 있는 국가다.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은 정부, 민간기업, 금융권 등이 협력하고 협상력 또한 극대화 할 필요가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정부가 내세운 패키지형 자원개발 사업 등이 좀 더 활발해 지기를 기대한다.

▲함봉균=인력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자원개발 특성화 대학을 운영하며 인력을 양성하고 있지만 현장에 바로 투입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아직까지 학교의 프로그램이 기업들의 입맛에 맞는 수준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자원개발 현장에서는 전문인력 이동이 잦다. 특히 공기업은 업무 순환이 빠르기 때문에 현장을 자주 옮긴다. 특정 지역에 대한 전문성 확보가 어려운 이유다. 지역별·사업별 전문가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을 주고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사회=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의혹과 성패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자원개발사업의 당위성이 훼손되서는 안된다. 자원개발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기 위한 선결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함봉균=지금 수립하는 자원개발사업은 차기 정부에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기조가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 공기업 대형화 등 자원개발사업 투자 확대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투자도 모두 허사가 될 수 있다. 최소한 20년이상의 거시적 안목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에 동의한다.

▲조정형=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조선부문, IT 관련 경쟁력을 자원개발 분야에 적용하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 싶다. 자원개발 서비스나 인프라 측면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본다면 우리만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선일=자원개발이 왜 필요한지 당위성을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자원이 곧 국가 경쟁력, 안보와 직결된다는 당연한 명제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우리의 자원 관련 현황이 얼마나 빈약한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정부가 자원개발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이해 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김동석=우리나라에는 정부 부처 간, 또는 민간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위원회가 많다. 일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이 위원회다. 하지만 자원개발위원회는 없다. 차기 정부에서라도 부처와 민간을 아우르는 가칭 ‘자원개발위원회’를 조직할 필요가 있다.

-사회=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해서 정부와 민간에 바라는 점도 있을 것 같다.

▲조정형=카자흐스탄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든 원소별 광물이 생산되는 지역이다. 석유 생산현장은 자세히 취재했지만 광물 분야 취재를 하지 못해 후회가 남는다. 또한 이번 취재지역이 모두 육상지역에 한정됐다. 해상광구 등 보다 다양하고 역동적인 현장을 독자에게 전달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최호=중동 지역은 안전문제로 인해 취재에 많은 제약이 따랐다. LNG사업이 한창인 이라크 취재는 허가와 경호문제 등으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아쉽다기 보다는 이러한 곳에서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인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유선일=이라크 쿠르드 유전 등 자원개발 이슈가 되고 있는 현장들을 취재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감사원 감사를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특정 사업 현장을 취재하고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소개하고 싶다는 호기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리=정동수 기자 dsch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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