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1/2011

김창준 고문(전. 美하원의원) 칼럼-심각한 양극화

김창준 고문(전. 美하원의원) 칼럼-심각한 양극화

최근에 서울을 방문한 분들은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갖게 될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 강남은 새벽 1시에도 불야성이다. 거리는 낮에는 물론 밤에도 사람들로 붐비고, 한 빌딩 건너 성형외과, 음식점, 학원들이 성업 중이다. 길거리 대형스피커에서 나오는 경쾌한 음악에 맞춰 네온사인들이 번쩍이고, LCD TV 에서 춤을 추는 광경은 한국이 이룬 경제성장을 여지없이 과시하는 듯하다. 이 사이를 뚫고 조용히 지나가는 번쩍이는 고급 외제차들, 강남은 베벌리 힐즈의 로데오 거리보다 훨씬 더 북적이고 사치스럽고, 규모도 크다.

50년 전 내가 한국을 떠날 때만 해도 강남은 인적이라곤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그러던 것이 반세기 만에 이처럼 발전한 건 확실히 기적이다. 세계에 어딜 가도 이런 기적은 없을 것이다.

주로 젊은 남녀들로 꽉 차 있는 것 같다.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1.15 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평균 1.64 명) 세계 최저 수준이고, 지금부터 5년 후면 노인 인구가 유소년 인구를 초월한다고 하지만 강남의 밤거리에서 노인층은 전혀 눈에 안 보인다. 저출산의 원인이 소득과 고용 불안정, 그리고 과다한 자녀 양육비와 교육비 때문이라니 결국 문제는 서민층의 어려운 살림살이다.

한국은 13년째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서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인데 4만 달러가 넘는 미국이 민망할 정도로 그 사치가 대단하다. 소득은 지난 13년간 똑같은데 사치가 늘었다는 건 누군가가 그만큼 가난해 진 게 아닐까.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추락한게 아닌가.

그렇다면 이처럼 황홀하게 춤추는 LCD 뒤에는 몰락한 중산층의 한숨 소리가 함께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의 당면과제는 양극화다.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 격차는 분명 남북 분열, 이념 분열, 지역 분열, 세대 분열보다 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국에서는 상위 20%는 생활에 큰 불만이 없지만, 반면 80%의 인구가 소득은 늘지 않고 빚에 쪼들리는 힘든 생활을 한다는 보도를 보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 20개국에 대한 조사 결과 한국의 양극화는 세 번째로 높고 매우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또 한국은 ‘사회 안전망이 불안한 나라’ 로 지적됐다. 또 한국은 사회보장 부문 사용 비율이 GDP 의 3%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지난 해 근로소득세 납부자 중 상위 10% 와 하위 10% 간 세금 격차는 767배였다. 상위 10%가 전체 근로소득세액의 65%를 부담한다는 것이다. 소득 양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강변하지만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전혀 나아진 게 없다는 불만이 높다. 나라경제는 청신호인데 서민경제는 적신호란 말이 맞다. 이같은 양극화가 현 시기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민주정치는 강력한 중산층을 기본으로 한다. 중산층의 몰락은 새로운 빈곤층을 형성한다. 그래서 미국은 중소기업청 (SBA)을 통해 여러 종류의 중소기업을 돕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중소기업 Jobs Act 도 바로 중소기업을 위한 입법이다. 주로 중소기업을 위한 경제협력, 대출, 세금감면 등을 내용으로 한다. 게다가 미 의회는 매년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여러 건의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반면 서울에서는 대자본들이 뒷골목까지 침투해 구멍가게까지 내면서 중소기업을 초토화 하고 있다. 그러니 서민들은 더욱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는 게 당연하다.

미국의 록히드 마틴 등 대기업들이 자본이 없어서 구멍가게를 못내고 빵집을 안 하는 게 아니다. 반독점법 (Anti-trust) 때문에 못하는 것이다. 한국도 서둘러 이 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그래서 저 젊은이들의 노래와 춤이 헛된 것이 안 되도록 희망찬 미래를 만들어줘야 하며, 이는 정부의 기본책무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무너진 중산층을 다시 튼튼히 구축해야 한다. 기업은 번 만큼 세금을 내면 되는 것이고, 이 세금을 낭비하지 말고 중소기업을 위해 재투자하는 일은 정부의 몫이다. 끝.


[필자소개]

김창준 (워싱턴 포럼 이사장/ 전. 美 하원의원)

* 학력 및 전공
남가주 대학교 토목공학 학사, 환경공학 석사
한양대학교 정치학 박사

* 경력
1990 미국 캘리포니아 주 다이아몬드 바 시장, 미국 캘리포니아 주 다이아몬드 바 시의원
1992 미국 캘리포니아 주 제 41지구 제 103, 104, 105대 미 연방하원의원(3선)
2009. 09 ~ 대통령실 정책홍보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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