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2011

그리스채권에 佛은행들 물려… ‘제2의 리먼사태’ 공포 확산

그리스채권에 佛은행들 물려… ‘제2의 리먼사태’ 공포 확산
EU 추가지원 합의 실패로 글로벌 증시 일제히 급락…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 국채부도 위험수치 치솟아



유로존이 그리스의 국가부도를 막기 위한 추가 금융지원 합의에 실패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또다시 충격에 휩싸였다. 유로존의 그리스 추가 지원 결정이 다음 달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그리스 내부마저 노동계 총파업과 새로운 내각 구성 실패 등으로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그리스에 대출이 많은 프랑스 3대 대형은행과 포르투갈 2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글로벌 G2(미국과 중국)의 경기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그리스 국채를 대거 보유한 유럽 대형은행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 같은 초대형 악재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무디스는 15일(현지 시간) 그리스 채무위기에 크게 노출된 프랑스 대형은행인 BNP파리바와 크레디아그리콜, 소시에테제네랄의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가 시장의 예상을 깨고 그리스 지원 방안에 대한 이견만 확인한 채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신용평가회사들이 다시 강도 높은 경고를 내린 것.

독일은 그리스 국채에 투자한 은행 등 민간 채권자도 구제금융에 동참해 이들이 가진 고금리 단기채권을 저금리 장기채권으로 바꿔 그리스를 지원하자고 주장하지만 프랑스와 유럽중앙은행(ECB)은 이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독일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 규모는 340억 달러이며 프랑스는 이보다 많은 530억 달러를 민간 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19일 재무장관 회담과 24일 열릴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그리스 채무조정을 위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워낙 의견 차이가 커 해법 도출은 다음 달로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리스 사태가 교착 상태에 빠지자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혼란이 덮쳤다. 전날 미국과 유럽 증시가 1% 이상 하락한 데 이어 16일 한국 코스피도 이달 들어 가장 큰 폭인 1.91% 급락했다. 일본(―1.70%) 중국(―1.52%) 대만(―2.00%) 등 아시아 증시도 동반 급락했다. 유로화는 달러화 대비 2% 가까이 급락했으며 국제유가도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4.6% 폭락하며 4개월 만에 배럴당 95달러 아래로 내려앉았다.

그리스는 국가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5년물 기준으로 이틀 연속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며 17%로 치솟았다. 2년물 국채금리도 28%로 급등하며 유로존 등장 이후 최고치를 보였고 10년물 국채금리도 이틀째 최고치를 찍었다. 여기에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재정위기가 불거진 다른 국가의 CDS 프리미엄도 역대 최고치로 뛰었고 스페인 이탈리아의 국채금리마저 급등하며 불안감이 확산됐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문제 해결 과정에서 민간 채권단인 은행의 손실부담이 현실화되거나 인근 국가로 위기가 빠르게 전염되면 유럽판 ‘제2의 리먼 사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존이 합의점을 도출해도 그리스의 자금 조달 여력이나 상환 능력이 부족해 그리스의 채무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며 독일의 요구가 일부 수용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상호 의존도가 높은 유럽 금융권이 신용경색에 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 금융시장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랠프 프레우서 BoA메릴린치 유럽리서치 책임자는 “EU가 어떤 식으로든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더 큰 문제는 유로존 경제규모 4위인 스페인으로 위기가 전염되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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