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4/2014

삼인성호

삼인성호
인천계양서 계양산지구대
강진경

2014.06.04 17:28:34

1993년 미국의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교수는 아주 흥미로운 실험결과를 학술지에 발표했다.

http://www.simin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9917

'쇼핑몰에서 길을 잃다'라는 이름의 이 실험은 우리의 기억이 얼마나 모래처럼 빠져나가기 쉽고, 얼마나 쉽게 오염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로프터스 교수는 추수감사절 휴가 동안 대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형제들(피실험자들)에게 가짜 기억을 심어주고 나서 휴가가 끝난 이후에 가짜 기억을 전해들은 피실험자들에게 자신이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사건(허구로 짜여 진 쇼핑몰에서 길을 잃었던 기억이다)에 대해서 상세히 적어보라는 지시를 하였다.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으면 기억나지 않는다고 적으면 되었다.

실험 결과는 이렇다. 통계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25% 정도의 피실험자가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던 어린시절의 기억에 관하여 기술하였고, 그 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 기술한 내용들이 온갖 형용사와 감정들이 가득 찬 매우 상세한 묘사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비슷한 종류의 실험을 몇 가지 더 실시하였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피실험자들에게 텅 빈거리에 복면을 한 남자가 지나가는 영화를 보여주고, "그 남자의 얼굴에 수염이 있었던 것을 기억합니까?" 라고 물어보았고, 대부분의 피실험자들이 얼굴에 수염이 있다고 기억한다고 답변을 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의 기억은 주변에서 들려오는 잘못된 정보에 의해서 오염되기 쉽고,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우리가 그 오염된 기억을 '진실'이라고 믿게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온 국민을 눈물짓게 했던 세월호 사건의 한 가운데에도 정말 황당한 사건들이 뒤를 잇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민간잠수부라며 허위 사실을 유포한 한 여성은 결국 체포되어 조사를 받고 있고, 인터넷이나 SNS상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 수많은 잘못된 정보들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허구로 만들어진 이야기들은 많은 사람들이 정부에 행정에 대해서 불신하게 만들었고, 그러한 잘못된 믿음은 정부에 대책에 대한 불신이나 더 큰 혼란만을 야기 시켰다.

몇년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소위 '타진요 사건' 이나 광우병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도 결국은 많은 사람들이 진짜라고 믿게 되어 결국 터무니없이 커져버린 사건들이지 않은가.

세 명이 호랑이가 있다고 말하면, 없는 호랑이도 있다고 믿게 만들 수 있다는 ‘삼인성호' 라는 사자성어처럼 주변에서 들려오는 잘못된 정보들은 우리를 진짜로 속게 만들 수도 있고,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렇게 잘못된 정보들을 진실이라고 믿게 된 우리가 주변의 누군가에게 또한 잘못된 정보들을 주게 될 수도 있다. 호랑이를 만들어버리는 세 명중의 한명이 내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정보 속에서 무엇이 진짜인지 구분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거짓된 정보라는 파도에 그냥 휩쓸려 가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무엇이 진짜인지, 무엇이 옳은 것인지 분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http://www.simin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9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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