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發 시장쇼크 `2R`..다이먼이 말한 "무서운 상황"?
입력시간 | 2013.06.07 06:20 | 이정훈 특파원
연준-ECB 통화정책 우려에 엔-달러-유로 급등락
유로존 국채금리 급등..각국 증시도 위아래 `출렁`
"달러/엔환율에 주목..고용지표 결과따라 방향 좌우"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마저 실망감을 안기며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또 한 번의 쇼크이 연출되고 있다.
이로 인해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무서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밝힌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의 경고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 노동부의 5월 고용지표 발표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연준 양적완화를 둘러싼 전망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발언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며 가격 변동성이 크게 높아지는 불안한 모습이 연출됐다.
가장 큰 변동성을 보인 시장은 역시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에 따라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 외환시장이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화대비 하루만에 2%나 급등하며 97.09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특히 장중 한때 무려 3.2%나 치솟으며 지난 2011년 이후 2년만에 가장 큰 하루 변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 유로화 역시 달러화대비 1.6%나 상승하며 달러화대비 1.330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월 이후 3개월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엔화, 유로화와 반대로 달러화는 급락세를 보였다. 엔화는 물론이고 주요 교역 6개국 통화에 대한 상대적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 역시 2% 가까이 급락했다.
이같은 양상은 노동부 고용지표가 부진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자 그동안 연준 양적완화 규모 축소에 따른 달러화 강세에 베팅했던 세력들이 일시에 차익을 실현하는 매도세로 돌아선데다 드라기 총재가 당분간 추가 부양 카드를 쓰지 않을 뜻을 보이지 않자 새롭게 유로화 강세에 베팅하는 세력이 늘어난 탓이었다.
실제 이날 드라기 총재는 내년도 유로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0%에서 1.1%로 상향 조정했고, 예금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으로 추가 인하하는 방안에 대해 “기술적으로 준비하고 있지만,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고 현재 다른 조치들을 쓰고 있는 만큼 지금 행동해야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같은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 유로존 국채시장도 급격한 약세로 돌아섰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포르투갈 등 재정적으로 취약한 국가들의 국채 금리가 단숨에 20bp(0.20%포인트) 이상 급등하는 양상이 벌어졌다.
이탈리아의 10년만기 국채금리는 23bp 급등한 4.36%를 기록했고,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금리도 25bp 치솟은 4.69%를 기록했다. 반면 장초반 약세를 보이던 미 국채금리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강세로 돌아섰다. 30년만기 국채금리는 1bp 하락한 3.23%로 올라섰다.
위험자산인 주식가격은 지역별로 엇갈렸다. 유럽증시에서는 범유럽권지수인 Stoxx유럽600지수가 1% 이상 급락하며 약세를 이어갔고,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 지수도 1% 안팎으로 하락했다. 다만 뉴욕증시에서는 고용지표 부진에 베팅한 세력의 매수로 지수가 소폭 상승했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이 벌집을 쑤셔놓은 듯 출렁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이날 오전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시장 불안을 경고했던 다이먼 CEO의 발언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 다이먼 CEO는 “기준금리 정상화는 좋은 일이며, 우리 모두는 이를 기대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기준금리가 정상수준으로 다시 올라가게 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아주 커질 것이고 이는 무서운 일이 될 수 있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실제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에 대한 우려가 저키면서 미국 시장에서의 일중 변동성은 지난달 큰 폭으로 확대됐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가격 변동성 역시 역사적 평균 수준 아래에서 머물고 있지만, 앞으로 이 역시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다이먼 CEO는 “나 역시 앞으로는 연준이 말하는 한 단어, 한 단어에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각국 중앙은행들의 정책에 대한 우려가 외환시장을 통해 다른 금융시장 전체로 계속 번져나갈 경우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아트 케이신 UBS파이낸셜 이사는 “엔화가 시장 변화의 트리거가 되고 있다”며 “최근 미국 경제지표들이 부진하면서 엔화가 빠르게 강해지고 있는데, 이로 인해 엔캐리 트레이드 포지션이 청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는 모든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시장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고 투자자들도 하루 뒤 고용지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관망하고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달러/엔환율이 추가로 하락할지, 상승세로 돌아설지를 일단 예의주시해야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브라이언 대인저필드 스코틀랜드왕립은행 외환담당 스트래티지스트는 “엔화가 강세로 급변하면서 주요 10개국(G10) 통화 전반에 급격한 포지션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며 “달러/엔환율이 98.80엔, 그 다음으로 98.50엔의 주요 지지선에서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닉 베넨브 웰스파고 외환전략 헤드는 “내일 나올 고용지표가 시장 기대에 못미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연준의 양적완화 규모 유지 전망이 힘을 얻으며 달러 약세를 더 부추길 수 있다”며 “그러나 길게 보면 고용지표가 매우 부정적인 내용일 경우 경제성장 전망에 대한 우려를 야기하며 신흥시장 통화를 잠재적으로 압박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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