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5/2012

[기고]21세기 新엘도라도, 라틴아메리카를 보라

[기고]21세기 新엘도라도, 라틴아메리카를 보라
머니투데이 조석 지식경제부 2차관 |입력 : 2012.09.25 06:22

중남미 하면 떠오르는 우리 영화가 있다. 1996년에 개봉한 장미희 주연의 '애니깽'이란 영화다. 1905년 1033명의 우리 선조들이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있는 '에네켄'이란 선인장 농장으로 이민을 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민으로 맺어진 우리와 중남미간 관계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콜롬비아가 군인 4300명을 파병하고, 멕시코와 아르헨티나 등 수교 50주년 15개 국가의 군수물자 지원으로 이어진다. 1959년엔 중남미 최초로 브라질과 수교를 맺었고, 1962년도 한 해에만 15개국과 수교를 맺었다. 올해가 이 때 수교를 맺은 국가들과 5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다.

비행기로 꼬박 하루가 걸리고 우리와 계절과 밤낮이 정 반대에 있어 멀게만 느껴지는 중남미는 알게 모르게 인류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쳐왔다. 16세기 이후 중남미에서 유럽과 아시아로 전파되었던 감자, 고구마와 옥수수는 많은 사람들을 굶주림의 고통에서 구제해줬다. 우리의 김치를 맵고 맛깔나게 해준 고추도 남미가 원산지이다. 또 금, 구리와 철 등 중남미에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각종 광물자원은 제조업과 근대문명의 발전에 많은 공헌을 했다. 사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동전의 대부분도 칠레산 구리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중남미가 21세기에 들어와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민주화와 개혁·개방정책을 통해 고질적인 독재와 정치 불안을 극복하고 아시아와 함께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5억8000만 명의 인구와 최근 5년간 전 세계 평균 3.6%를 상회하는 4.1%의 경제성장률 등 중남미는 역동적인 경제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눈부신 경제성장의 바탕엔 전 세계 석유매장량의 17%, 리튬 생산량의 60%, 구리 생산량의 45% 등 풍부한 에너지·광물자원 및 가격 상승이 있었지만,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적인 경제정책과 다른 개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된 법과 제도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에너지의 97%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대외무역 의존도가 113%에 이르는 우리로선, 풍부한 에너지·광물자원과 높은 성장을 지속하는 중남미는 반드시 함께 해야 할 협력 대상이다. 중남미로서도 한국은 다른 어느 국가보다 뿌리치기 어려운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국가다. 역동적인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한국은 유럽과 미국 위주 에너지·광물자원의 판매시장을 다원화하기 위한 강력한 대안이다. 또 1차 산업 위주의 단순한 경제구조를 탈피하고 제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중남미 국가들은 우리의 성공적인 산업화 경험을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매우 높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가 2004년 칠레, 2011년 페루에 이어 올 해 콜롬비아와 무역과 투자, 서비스를 포괄하는 포괄적 FTA를 체결해 한국 기업의 진출기반을 확대한 것은 시의적절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지식경제부에서도 중남미 주요 국가와 산업 및 자원협력위를 운영하고, 산업자원협력개발사업 등을 통해 한국 기업들의 중남미 진출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등에 힘입어 중남미 수출은 지난 8년간 연평균 22% 성장을 통해 2011년에 400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정유시설부터 발전소까지 각종 프로젝트를 중남미 전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 전자, 자동차, 조선 등 현지에 공장을 건설·운영하고, 석유와 광물자원 개발도 활발하게 추진하는 등 한국 기업들의 중남미 진출이 크게 증가하는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20세기 초기에 '애니깽' 농장으로 이민을 간 선조들이 단순 노동력과 희망만을 가지고 중남미의 엘도라도를 찾아 떠났다면, 100년여가 지난 지금 자본과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중남미에서 에너지·자원과 시장을 찾아 소중한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우리 기업들은 반드시 21세기 신 엘도라도를 찾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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