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황금"… 탄소배출권 확보戰 불붙었다
조중식 기자 jscho@chosun.com
이성훈 기자 inout@chosun.com
2010.03.08 15:04
포스코·삼성전자등 국내기업 배출권 국제가격 뜀박질에 조림사업·신기술 선점경쟁…
2013년경엔 국내 거래 시작
우리나라에서 지구의 정반대편에 있는 우루과이 세로라르고(Cerro Largo)주.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북동쪽으로 340㎞쯤 떨어진 이곳에 1000㏊(약 300만평) 규모의 한국 땅이 있다. 포스코가 지난해 구입한 목초지이다. 2014년까지는 추가로 땅을 구입해 여의도 면적의 70배에 달하는 총 2만㏊(약 6000만평)를 확보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이곳에 높이가 100m 이상 자라는 유칼립투스라는 나무를 심고 있다. 1단계로 올 연말까지 1000㏊에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철강기업 포스코가 지구 반대편에서 엄청난 규모의 조림사업에 나선 것은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는 투자를 통해 감축한 만큼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확보하면, 그것을 사고팔 수 있다. 철강 생산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 배출이 불가피한 포스코 입장에선 탄소배출권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수익과 직결된다.
포스코는 당초 우루과이 대신에 북한과 몽골에 대규모 조림지를 건설할 계획이었지만, 여건이 맞지 않아 중도 포기했다.
◆기업들, '검은돈'을 잡아라
한국은 아직 온실가스 감축을 법적으로 의무화하지 않았지만,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면서 탄소배출권 거래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4월부터 저탄소녹색성장 기본법이 시행되며, 12월에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입법하겠다고 정부가 발표해, 탄소배출권을 돈으로 사고파는 시대가 임박했다. 현재 탄소배출권 국제 거래 시세는 t당 1만5000원 수준. 하지만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추세여서 2020년이면 t당 평균 5만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에너지관리공단 장재학 탄소시장실팀장은 "전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 탄소배출권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녹색성장이 세계 산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자 '검은돈'으로 부상한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전자 탕정 LCD공장의 7-2라인 건물 옥상에는 지난해 11월 새로운 설비가 하나 들어섰다. 높이 2.5m, 폭 5m가량의 이 설비는 LCD 제조공정에서 사용하는 온실가스의 일종인 육불화황(SF6)을 분해하는 것이다. 이 설비는 배출되는 SF6의 90%를 분해할 수 있는 것으로 연간 55만t을 처리할 수 있다. 이것을 현재의 탄소배출권 거래 시세로 따지면 약 1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이 기술로 탄소배출권을 공식 확보하기 위해 지난달 1일 UN에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사업 승인 신청을 했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 SF6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공정기술을 개발했다. 계열사인 LG상사 그린에너지사업부는 이 기술로 탄소배출권으로 확보해, 유럽의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에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SK에너지도 최근 사업 목적에 탄소배출권 거래를 새로 추가했다. 이미 2008년부터 울산과 인천 등 10개 사업장끼리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며 내부적으로 준비해온 탄소배출권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한 것이다.
◆화학·철강업종 기업, 탄소배출권 확보 발등의 불
탄소배출권 거래를 위한 국내 제도 정비작업도 막바지 단계다. 작년 말 저탄소녹색성장 기본법이 제정됐다. 기본법에 따르면 연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이 2만5000t이 넘는 사업장은 정부의 관리를 받는다. 화학·철강·발전 관련 사업장이나 대규모 놀이공원 등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기업은 대부분 포함된다.
이런 사업장별로 적정한 탄소 배출량을 정하는 기준을 담는 관련 법도 연내에 제정될 예정이다. 따라서 늦어도 2013년쯤이면 국내에서도 탄소배출권 거래가 시행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박찬우 삼성지구환경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친환경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온실가스 감축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큰 수익을 창출하는 신성장 사업으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탄소배출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는 국가나 기업이 정해진 배출량을 초과해 배출하면 초과분만큼 다른 국가나 기업으로부터 배출권을 사와야 한다. 반대로 기준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면 남는 양을 다른 곳에 팔 수 있다.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청정개발체제)
기업이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설비·기술 투자를 통해 UN으로부터 감축한 실적만큼 온실가스 배출권을 승인받는 것을 말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3/07/20100307008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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