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2009

2008년 인테리어 디자인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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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인테리어 디자인 경향
영국문화/예술 2009/02/23 19:51

Joan Kim

유럽의 인테리어 업계에서는 한 해의 인테리어 경향을 제시하고 업체간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인 Fair(페어: 비슷한 개념으로 exposition(박람회)과 exhibition(전시회)가 있는데 페어의 경우 대체로 이들보다는 규모가 작고 정기적으로 열리며 제품의 소개와 전시뿐 아니라 거래와 판매가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차이가 있다)가 열린다. 영국의 경우도 이러한 페어가 크고 작게 열리는데, 그 중 영국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업계를 대표하는 British Interior Design Association(BIDA: 영국 인테리어 디자인 협회)이 주최하는 페어를 주목해 볼 만하다. BIDA는 "Decorex(데코렉스)"라는 박람회(Exhibition)를 매해 9월에 Royal Hospital Chelsea(첼시 왕립 병원) 행사장에서 개최하는데 올해는 9월 21일부터 24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http://www.decorex.com/). 또한 "Focus(포커스)"라는 행사가 Decorex와 연계하여 같은 기간 동안 근처 Design Centre Chelsea Habour(디자인 센터 첼시 하버)에서 열린다. 9월에는 Focus가 Autumn/Winter(가을/겨울) 시즌을 겨냥해서 열리고, 3월에는 Spring/Summer(봄/여름) 시즌을 위해 London Design Week(런던 디자인 위크)가 열린다. Focus와 London Design Week는 이름만 다르고 행사내용은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지난해 2007년 9월 Decorex와 Focus, 그리고 올해 2008년 3월에 열린 London Design Week에 참가하였는데 한 해 또는 한 시즌의 디자인 흐름을 읽고 이 분야 업계동향을 살펴볼 수 있어서 매우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그 외에도 올 한해 영국에서는 미술, 디자인, 앤틱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전시회나 박람회가 열릴 예정이다.

BIDA는 1966년에 설립된 영국의 Interior Decorators & Designers Association(인테리어 데코레이터와 디자이너 협회)의 후신으로 2002년 만들어졌는데, International Interior Design Association(국제 인테리어 디자인 협회)의 영국 지부(UK Chapter)이자 International Federation of Interior Architects & Designers(국제 인테리어 건축가 및 디자이너 연맹)의 회원으로 영국의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단체이다(http://www.bida.org/). 이 협회에는 현재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수의 디자이너들과 130여 개의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러한 페어나 행사를 주관하고, 디자이너들을 지원하며 이들과 업체, 그리고 업체간을 연결시켜 주는 등의 일을 하고 있다.

BIDA가 주관하거나 지원하는 행사 중에 가장 두드러진 것이 바로 Decorex와 Focus/London Design Week인데 여기에서는 올해 3월에 열린 London Design Week(런던 디자인 위크)를 중심으로 리뷰하고자 한다.

London Design Week는 한마디로 ‘군더더기 없이 알찬 행사’라고 하겠다(http://www.designcentrechelseaharbour.co.uk/). 일반인들도 행사 마지막 3일에는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나, 이 페어는 주로 전문가들, 업체들을 위해서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대중적인 마켓이 아닌 럭셔리 마켓을 대상으로 한다. 홈인테리어(Home Interior) 분야에서 가장 큰 페어인 파리에서 열리는 "Maison-Objet(메종 오브제)"와 같은 행사는 규모도 엄청나고 여러 층의 소비자와 시장을 겨냥한 수많은 업체들이 참가하는데 반해, Focus나 London Design Week는 이 업계를 선도하는 가구, 패브릭, 벽지, 카페트, 페인트, 조명, 소품, 부엌 및 욕실, 정원 및 아웃도어 인테리어 등의 분야의 알짜 브랜드 80여 개가 참여하고, 대규모 행사에서는 할 수 없는 강연과 저자의 책 사인회(book signing), 시연(demonstration)이 페어 기간 내내 진행된다.

Design Centre Chelsea Harbour 주변과 내부 라운지에 꾸며진 올해의 컬러 트렌드를 확인시켜주는 파스텔 노랑색 홍보물들

Design Centre Chelsea Harbour는 South, Central, North의 세 개의 돔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돔은 천정이 온실처럼 유리로 마감처리 되어있고, 돔의 중앙은 빈 공간으로 뚫려 있다. 돔과 돔을 연결하는 곳에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있는데 계단 벽면을 장식하는 동시에 안내판 역할을 하는 해당 층의 모든 브랜드 이름이 있다.

예를 들어 이번 페어에는 “Designer Guild(디자이너스 길드)”의 창업자이자 디자인을 총괄하는Creative Director(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Tricia Guild(트리샤 길드)의 강연과, 찰스 황태자(Prince of Wales)의 런던 거처인 Clarence House(클라렌스 하우스)를 디자인한 Robert Kime(로버트 카임)의 강연을 비롯한 20여 명의 인테리어 전문가들의 강연과 세미나가 이어졌고, 홈인테리어의 실연(demonstration)으로서 올해에는 영국과 아일랜드 국적의 영화배우 Daniel Day-Lewis(다니엘 데이-루이스)의 누나이자 요리사, 다큐멘터리 작가로 유명한 Tamasin Day-Lewis(타마신 데이-루이스)의 요리법 강연과, 우리나라 신라호텔 아케이드 명품관에 입점한 세계적인 플로리스트 Paula Pryke(폴라 프라이크)의 꽃꽂이 강연 등이 있었다. 몇몇 유료 강의를 제외하고는(각각 £10-£15로 자선기금으로 사용된다) 원래는 비싼 수업료를 내도 듣기 힘든 저명한 전문가들의 얼굴을 가까이 보며 무료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이와 함께 이 행사를 협찬하는 “House & Garden(하우스 앤드 가든)”, “Homes & Gardens(홈즈 앤드 가든즈)”, “The World of Interiors(더 월드 오브 인테리어즈)”와 같은 유수의 인테리어 전문잡지의 판촉이 이루어지는데, 할인된 가격에 잡지를 구매하거나 정기구독을 할 수 있다. 행사 현장에서 판매되는 4월호에는 London Design Week의 내용과 여기서 제시되는 인테리어 트렌드가 소개되고, 이 페어에 참가한 업체들의 광고가 실려 있다. 그 외에도 이 곳의 아기자기하고 예쁜 서점이자 카페인 RIBA Bookshop(리바 북숍)에서는 인테리어 관련 잡지가 한데 모여 있어 유용하다.

파스텔 노랑색으로 만들어진 London Design Week 안내지와 강의, 세미나, 저자 책사인회 안내 표시와 카페를 겸한 RIBA 서점의 모습

시즌별로 트렌드에 따라 인테리어를 바꿔서 제안하는 2층에 있는 레스토랑 "Absolute Taste"의 모습. 올해의 색인 파스텔 노랑과 블랙과 실버로 대기 공간을 꾸며놓았고 맛있는 음식과 함께 조명이 인상적이다.

또한 이 행사가 가볼 만 한 이유는 무엇보다 런던에서 가장 럭셔리(prestigious), 스타일리시(stylish), 트렌디(trendy) 하다고 알려져 있는 첼시의, 템즈 강변에 면한 Chelsea Habour(첼시 하버)에 최근 야심 차게 지어진 건물에서 전시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건물 자체도 인테리어 관련 건물답게 디자인이 눈에 띄는데 현대적인 분위기로 간결하며 시원스럽고 편리하다는 느낌을 준다(http://www.chelseaharbouroffices.co.uk/). 여기에는 앞서 말한 BIDA의 사무실을 비롯해서 세계의 유명 인테리어 업체들이 들어와 있는데, 이러한 행사 때는 물론이고 상시 운영되면서 동종업계의 매장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판매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매우 편리하다. 산업면에서 보더라도 이러한 형태의 전시장이자 매장은 매우 경쟁력 있는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North Dome 3층에 위치한 BIDA의 사무실과 홈페이지의 모습
(http://www.bida.org)

주변을 살펴보면 첼시 마리나(Chelsea Marina)에 요트를 비롯해서 배에서 거주하는 ‘무어링(mooring)’하는 배들을 찾아볼 수 있고, 인테리어와 패션, 앤티크,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첼시의 King’s Road(킹스 로드)를 비롯한 번화가가 가깝다. 특히 King’s Road에는 Designers Guild(디자이너스 길드), Osborne & Little(오스본 앤드 리틀), William Yeoward(윌리엄 요워드)의 단독매장이 있는데 이번 행사에 참여하였다.

Design Centre Chelsea Harbour에 입점한 업체들
순번브랜드홈페이지 또는 연락처분야
1ABBOTT & BOYDsales@abbottandboyd.co.uk토탈 (Gastony Daniela)
2ALTFIELDhttp://www.altfield.com/가구 및 패브릭 (중국고가구)
3ALTON-BROOKEhttp://www.alton-brooke.co.uk/토탈 (Aubusson classics)
4ANNA CASA INTERIORS.토탈 (Angelo, Gurian, Mi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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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BAKER LONDONhttp://www.bakerfurniture.com/토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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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ROMOhttp://www.romofabrics.com/, http://www.villanova.co.uk/패브릭 (Romo, Villa Nova, Kirby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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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ZOFFANYhttp://www.zoffany.com/Sanderson, William Morris 등
출처: 2008년 London Design Week 안내책자 및 저자 정리

이번 전시회에서 읽을 수 있었던 올 시즌의 트렌드는 앞의 컬러트렌드 관련 글에서 언급하였듯이 올해의 색인 파스텔 노랑색을 주조색으로 하고, 색이나 패턴이 화려해질 것이라고 한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각 매장은 이러한 색조를 사용하여 전시해 놓았다. 특히 여러 매장에는 파스텔 노랑이 가미된 진달래색과 파란색(Torquise blue)를 이용한 디스플레이를 많이 한 것을 발견할 수있었다. 인테리어 잡지책 역시 파스텔 노랑과 회색, 은색, 검정색을 매치시켜 집중적으로 소개하였다.

작년 9월의 Focus와 올해 3월의 London Design Week의 안내책자와 이번 시즌 여러 브랜드에서 제시하는 트렌드

이번 "House & Garden" 4월호에 소개된 노랑과 회색을 주조로 한 인테리어 제안


Brian Yates에서 공급하는 Sheila Coombes 패브릭과 Jab, Lelievre에서 제안하는 이번 시즌 인테리어

이곳에 있는 매장들은 대부분 영국의 토탈 인테리어 매장으로서 주로 침구(bedding), 커튼(curtain), 천갈이(upholstery) 등을 포함하는 패브릭(fabrics), 벽지(wall covering)와 페인트(paint), 바닥재(flooring, carpet, rug)를 함께 취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유럽의 주요 제품들을 유통시키는 역할도 한다. 이들 중에는 정통 영국 브랜드로 알려진 Sanderson(샌더슨)이나 Mulberry(멀버리) 등이 있고, 대중적으로는 익숙하지 않으나 유럽의 상류층 마켓에서 잘 알려진 Osborne & Little(오스본 앤드 리틀), Harlequin(할리퀸), William Yeoward(윌리엄 요워드), Colefax & Fowler(콜팩스 앤드 폴러), GP&J Baker(지피 앤드 제이 베이커)와 같은 영국 브랜드가 있다. 또한 독일의 Jab Anstoelz(얍 안슈퇼즈), Nya Nordiska(엔야 노르디스카)이라든지 이태리의 Romo(로모), 프랑스의 Lelievre(르리브르) 같은 브랜드가 들어와 있다. 주요 인테리어 브랜드들은 역사도 오래되었거니와 서로 제휴하거나 비슷한 수준의 타제품의 배급을 전담하기도 한다.

Design Centre 밖에 King’s Road에는 이번 행사에 참여한 Designers Guild, Osborne & Little, William Yeoward 외에 가구 브랜드인 Poliform(폴리폼), Sofa Workshop(소파 워크숍)이 있고 좀더 대중적인 종합 인테리어 브랜드인 Conran(콘란) 경의 Habitat(하비타트), 자매회사인 Heal’s(힐즈), 그리고 일본의 Muji(무지), King’s Road는 아니지만 Conran Shop(콘란숍)의 flagship store(대표매장)가 있다. 그 외에 King’s Road에는 크고 작은 다양한 인테리어 매장들이 집중되어 있어서 Chelsea 지역이 인테리어의 메카가 되는데 기여하고 있다(http://www.londontown.com/LondonStreets 참조)


인테리어의 제반 분야는 유럽이 강세를 보이는데 무엇보다 패브릭이나 페인트 분야에서는 영국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워낙 패브릭이나 벽지의 패턴의 archive(아카이브)가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기도 하고, 자연을 아끼고 정원을 가꾸면서 자연으로부터 모티브를 얻은 문양과 색감이 많이 창조되고, 토탈 인테리어의 수요가 많은데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엇보다 매장에서 느낀 것은 수많은 패브릭 견본들을 보기 좋게 디스플레이하고 그 자체가 하나의 디자인 컨셉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페인트의 경우도 워낙 종류도 많고 층이 다양한데, 비슷비슷한 색인 것 같지만 고급 페인트 일수록 인테리어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패브릭과 벽지, 페인트는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호강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영국은 패브릭의 과거의 아카이브(archive) 발굴과 현재의 개발이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되게 발전해 있다. Jane Churchill 등의 섬세한 패턴을 많이 취급하는 Colefax & Fowler

눈이 호강하는 패브릭 콜렉션들. 위: Fox Linton에서 공급하는 Loro Piana의 캐시미어와 체크, Lelievre의 파스텔, 아래: Nya Nordiska의 다양한 체크와 Zimmer+Hohde의 Etamine 실크 패브릭

Chase Erwin의 패브릭 견본과 Paint & Paper Library의 페인트 샘플, Sandersonm에서 취급하는 Zoffany의 페인트 샘플. 그 자체가 좋은 디스플레이다.

Jab과 Fox Linton, Romo의 매장

전통적인 영국인테리어 브랜드인 Mulberry와 Sanderson의 대표적인 패브릭과 매장 디스플레이 모습

올해의 컬러트렌드에서 언급된 색상매치가 올시즌의 인테리어에도 정확히 반영되어 있다. 그것을 어떤 요소를 가지고 어떻게 실현할지는 단지 디자이너의 역량과 소비자의 취향에 달려있다.

London Design Week에 참가한 매장들의 올 시즌 제안 (출처: "House & Garden", "The World of Interiors")

Design Centre Chelsea Harbour에서 열리는 London Design Week와 Focus가 규모는 작지만 실속있는 행사이다. 무엇보다도 세계적인 수준의 패브릭과 벽지, 페인트, 바닥재, 가구들을 모아 비교하고 맞춰보면서 디자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평상시에도 이곳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문턱이 높은 매장들이 이런 행사 때에는 제품이나 가격에 관한 정보도 쉽게 주고 간단한 다과도 제공하면서 문턱을 낮추기에 특정 구매사항이 없이도 마음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사실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가 패션 디자인이나 여타 디자인 분야에 비해서 유행에 민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새로운 인테리어 제안을 통해 소비자들의 잠자던 디자인 감각을 깨워 지갑을 열게 한다. 업체들도 경쟁을 부담스러워할 수준의 회사들이 아닌데다가, 모여 있음으로 윈윈(win-win) 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오게 하고, 인테리어를 디자인함에 있어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토탈 인테리어라는 목적을 더 쉽게 이룰 수 있다. 비슷하게 우리나라에는 논현동과 청담동 근방에 가구와 인테리어 매장들이 집중되어 있고, 유럽 브랜드들의 수입이 늘어나고 있다. 이 지역의 업체들의 경우 높아지는 소비자들의 욕구에 대해 고급 수입제품으로 급한 대로 맞추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는데 좀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워낙 패브릭이나 벽지, 페인트, 가구 등의 디자인이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좀더 대중적인 수준에서는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과 동대문 종합시장이 있는데 규모나 제품종류 면에서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으나 매장의 외관과 시설 면에서는 많은 걸림돌이 있다. 좀더 디자인 중심의 가치를 가지고 이곳을 방문하는 것이 제품과 디자인을 구매하는 것 외에 디자인을 경험하고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공간이 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Design Centre Chelsea Harbour를 벤치마킹하는 것을 적극 권장하고 싶다. 이것은 우리나라 인테리어 디자인 산업의 발전방안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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