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3/2010

전시닮은 폭설대란, 한파녹인 ‘쉐중쑹단(雪中送炭)’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0802040033&md=20100403202616_BC

전시닮은 폭설대란, 한파녹인 ‘쉐중쑹단(雪中送炭)
기사입력 2010-04-03 20:26

[베이징=최헌규 특파원] 한파를 동반한 중국의 최근 폭설 재난은 여러모로 전쟁과 닮은 꼴을 하고 있어 흥미를 끈다. 특공대가 후방을 타격하듯 폭설과 추위가 무방비 상태의 남방지역을 급습한 것이나, 선제 공격에 멈칫했다가 차분히 반격(수습)에 나선 모습이 모두 실전 상황과 흡사하다.

▶전쟁과 닮은 ‘캉지쉐짜이(抗擊雪災ㆍ눈재해와의 싸움)’작전=풍설은 귀신도 모르게 중국의 허를 찔러 국토의 종축 교통을 마비시켰으며 전기와 용수를 끊어 인적ㆍ물적 피해를 가중시켰다. 주요 공장을 멈추게 하고 식량 공급에도 큰 위기를 가져왔다.
통신 장애와 함께 일부 생필품의 사재기가 빚어지고 물가가 치솟은 것도 전시 상황을 방불케 한다. 무엇보다 전시와 똑같이 대량의 사상자와 이재민(피난민)이 발생했다. 춘절을 맞아 고향에 가려던 많은 귀성객은 졸지에 피난민 신세로 바뀌었다.

중국은 폭설 공습에 대해 점차 일사분란하고 공세적 응전 태도로 전환했다. 지도부는 너나없이 일선에 달려가 캉지쉐짜이 작전을 지휘했다. 인민 해방군은 군용 헬기까지 동원, 주력부대로 일선에 나서서 캉지쉐짜이 작전을 수행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주위의 만류를 무릅쓰고 400m 깊이의 석탄 갱도에 들어가 ‘전시 보급물자’를 점검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다른 지도자도 대부분 며칠씩 전장(재해지역)에서 밤을 지새웠다. 원 총리는 최대 격전지인 후난(湖南)성 천저우를 방문, ‘잔성펑쉐(戰勝風雪ㆍ풍설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다짐하고 믿음과 용기를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주요 방송은 비상보도체제로 전환해 하루 종일 재난 상황을 방송했다. 전후방(남북방) 가리지 않고 ‘풍설 넘어에 밝은 태양이(陽光總在風雪后)’라는 노래가 마치 출정가처럼 울려퍼졌다. 평소 모래알같이 흩어졌던 인민은 벽돌처럼 뭉쳐 하나가 됐고 지도부는 ‘귀성민심’이 과히 나쁘지 않다며 전승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한파를 녹인 ‘쉐중쑹단(雪中送炭ㆍ적시에 필요한 도움)’=‘한 곳에 재난이 발생하면 팔방에 원조가 있다(一方有難八方支援).’ 폭설 재해 앞에서 중국인이 전통 미덕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베이징(北京), 톈진(天津) 등 무재해 도시는 급행열차에 재해 의연금과 물자를 가득 실어 재해지역으로 수송하고 있다. 대형 군용 헬기는 폭설로 고립된 쓰촨(四川)성 오지의 묘족과 장족 마을에 면이불과 생필품을 긴급 수송했다.
중앙과 지방정부, 민족과 계층 구분 없이 중국 사회가 캉지쉐짜이라는 구호 앞에 오랜만에 하나로 뭉쳤다. 3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 나선 후난(湖南)성 주민은 “각계에서 답지하는 구원의 손길을 보면서 쉐중쑹단이라는 옛말이 무색지 않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베이징 등 무재해 대도시 거리마다 캉지쉐짜이라는 대형 공익 광고판이 내걸렸고 구호물품을 모집하느라 부산한 모습이다. 은행ㆍ보험 및 석유회사 등 기업은 수천만위안의 설재의연금을 선뜻 쾌척하고 나섰다.

재해 산업현장에서는 귀성이 어려워진 김에 자발적으로 공장에 남아 사태 수습을 돕겠다는 직원도 생겨났다. 이에 대해 기업과 사회단체는 푸짐한 녠예판(年夜飯ㆍ설 전야의 식사)과 답례금, 명절 특별공연으로 사례할 것을 약속하고 나섰다.

문화공연업계는 올해 춘제 공연을 대부분 재해의연금 모금을 위한 자선공연으로 치르기로 했다. 13억인이 함께하는 저녁 공연, CCTV의 춘완(春晩ㆍ제야공연)에도 장이머우(張藝謀) 등이 출연하는 폭설재해 특별 코너를 편성할 예정이다.
(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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