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스 (Ops)
異名(Alternative Names):
Ops, 옵스
고대 로마에서 숭배하던 다산(多産)의 여신.
‘풍성한 수확’을 상징하며, 저장한 농산물의 수호신인 콘수스와 함께 숭배되었다. 농경신(農耕神) 사투르누스의 아내라고도 한다. 고대 로마 사람들은 이 여신에게 해마다 두 차례씩 제례를 올렸는데, 8월 25일의 제례는 오페콘시바(Opeconsiva), 12월 19일의 제례는 오팔리아(Opalia)라고 불렀다. 콘수스와 사투르누스에 대한 제례와 날짜가 비슷한 것으로 보아 서로 관련이 있는 농업축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 로마에서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땅의 여신 레아와 동일시한 것으로 보인다.
9/08/1992
9/05/1992
오로라, 새벽의 여신
새벽의 여신 오로라
오로라의 사랑 이야기 (1)
귀도 레니의 [오로라]와 구에르치노의 [오로라]는 어떤 것이 더 적절하고 훌륭하게 오로라를 형상화했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두 작품 모두 새벽의 여신 오로라를 그린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 걸작이다. 구에르치노의 [오로라]는 여신이 탄 사두마차를 그린 천장화로서 실제 건축구조와 어우러져 어디까지가 그림인지 알기 힘든 구조이다. ‘새벽’ 오로라는 청동빛 갈색으로 음영진 머리타래를 하고 태양신 전차를 몰고 있다. 아직도 한밤의 서늘한 기운이 남아있는 여명의 구름을 뚫고 활기찬 모습으로 빛나게 도약하고 있다. 태양신의 전차는 격조높은 건축적 구조와 어우러지는 가운데 관람자로 하여금 높은 곳을 우러러 보게 함으로써 숭고와 격앙된 감정을 이끌어낸다. 두 작품 모두 하루를 여는 감격과 빛의 영광, 새날을 밝히는 광휘를 적절한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다.
구에르치노의 작품이 하루 낮을 밝히는 태양이 떠오르듯 사두마차로 여신이 욱일승천하는 모습을 강조한데 비해, 귀도 레니의 묘사는 막 떠오른 태양빛이 사방에 화음처럼 찬연히 퍼져나가듯 고요한 협화음의 감흥을 이끌어낸다. 레니의 오로라는 새벽 여명의 빛, 순수하게 빛나는 광휘 그 자체로서 하루 낮을 밝히는 태양신 전차를 고요히 이끄는 모습이다. 손에 손잡은 님프 ‘시간 horae’들이 춤 추듯이 우아한 발걸음으로 오로라와 아폴론의 전차를 뒤따른다.
귀도 레니는 고졸하고 우미한 아름다움의 형상으로 인해 ‘신성한 귀도’라 불리기도 했던 바로크 시대의 이탈리아 화가이다. 그의 우아한 고전미는 그 여성적 성격으로 인해 르네상스 화가 프라 안젤리코에게 비유되곤 했다. 또한 중세적이며 평면적인 국제고딕양식의 영향이 엿보이기도 하는데, 이같은 종합적 성격에 세련되게 마무리하고는 했다.
고졸하고 우아한 필치로 ‘신성한 귀도’라 불렸던 귀도 레니의 그림은 남성을 다룬 형상들마저 지나치게 우아하여 녹아 흐르는 듯한 유려한 필치를 선보인다. 귀도 레니는 특히 전성기 헬레니즘 조각을 습작하고 받아들였다. 그래서 많은 작품에서 인물의 동작 하나하나가 영원성 속에 응결된 듯 한 특징과 조각적인 무브망을 보인다. 특히 화음처럼 울려퍼지는 일출의 우아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오로라]는 헬레니즘기의 부조 [춤추는 여인들]의 유려한 선과 움직임을 그대로 참조하고 있다.
금빛 전차를 이끄는 아름다운 여신
발그레한 색채 때문에 ‘장밋빛 손가락’이라고도 불리우는 태양 Sol의 누이 오로라 Aurora(새벽, 여명, Dawn)는 대지로부터 발이 살짝 떠올라 날고 있다. 그녀는 공기 중에 떠올라 앞서가며 환하게 금빛으로 빛나는 태양의 전차를 인도하고 있다. 오로라의 몸을 휘감은 천자락은 아래 지상으로부터 불어오는 강한 상승기류를 받아 둥글게 부풀어 오르며 펄럭인다. 그녀는 빛의 기쁨이자 새날의 광명이며 투명한 베일이 천공을 쓸고 지나듯 어둠을 뚫고 눈부신 광명을 가져온다.
이처럼 ‘새벽’은 갓 태어난 아기처럼 순수하고 깨끗한 새 날을 밝힌다. 손에 손잡고 여신을 보좌하는 님프들의 무리 ‘시간’(또는 계절 Horae) 새벽의 여신을 따른다. 그녀들의 발걸음은 고대 조각의 형상화와 마찬가지로 춤추는 듯 하다. 이 도상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로부터 온 것이다. 태양신 아폴론(헬리오스 Helios : 태양 Sol)은 떠오르는 ‘태양’으로서 금빛 전차를 몰고 있다. 힘차게 도약하는 말들 위로 횃불을 들고 인도하는 아기천사의 모습도 보인다. 천사가 들고 있는 불 밝힌 횃불은 새벽별 Phosphorus의 상징이다. 새벽별 포스포루스라는 이름은 문자 그대로 ‘빛의 전달자’라는 뜻을 갖고 있다. 솔리메나의 [오로라와 티토누스]에서도 날개를 펼친 천사는 오로라의 손에 횃불을 건넨다. ‘시간 혹은 계절’의 임무는 인간의 행위를 리듬에 맞게 조율하는 것이며, 또한 해뜰 무렵 화려하고 다채롭게 변화하는 하늘 색조의 의인화이기도 하다.
하루의 아우라, 오로라의 비전
‘새벽’의 뜻을 지닌 오로라 Aurora의 의미는 같은 뿌리의 어원 및 동음이의어에서 나왔다. 그녀는 여러 고전 저자들이 언급한 바 ‘룩스 프리마 Lux Prima’ 즉 ‘하루의 처음 빛’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최초의 순수한 빛으로서 희망과 잠재력을 상징한다. 빛을 밝힌다는 특성 때문에 기독교 전통으로 흡수되며 ‘새벽’에는 재탄생과 영적 계몽의 상징이 부여되었다. 즉, 중세로 들어서며 기독교적 의미에서 성령 Holy Spirit의 영역을 관장하게 된 것이다.
자매격 신성의 이름인 헤메라 Hemera(하루 낮, 나날 Day), 헤스페라 Hespera(이른 밤, 초저녁)는 태양 전차의 궤도에서 그녀가 행하는 다른 역할을 말해준다. 또한 네 가지 체액론을 토대로 한 서양의 네가지 기질론에서 오로라는 생기있는 젊음의 혈색인 ‘붉음’과 관련되기에 다혈질 Sanguinalia을 나타낸다. 다른 한편 강 아케론 Acheron및 사원소 중 ‘공기’와 관련된다는 점 때문에 여신 주노와도 관련된다. 바람부는 새벽을 뜻하는 ‘오로라 보레알리스’는 초월적 세계 ‘너머 beyond’의 상징이다. 오로라의 어원적 가족들은 부유함을 나타내는 말 아우러스 Aureus(아우러스는 또한 금, 아우룸 Aurum)에서 파생된 말들로 이루어져 있다.
1 안니발레 카라치 [횃불을 들고 꽃을 뿌리는 오로라] 16세기경
캔버스에 유채, 콩데 미술관 소장
© Photo RMN, Paris - GNC media, Seoul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RMN) 지엔씨미디어
2 안 루이 지로데 [오로라 - 아침의 별] 19세기경
캔버스에 유화, 콩피에뉴 성
© Photo RMN, Paris - GNC media, Seoul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RMN) 지엔씨미디어
아우레이(오레이, Aurei)는 ‘금의, 금빛의’라는 뜻으로 은화 25데나리의 가치를 지니던 B.C. 1세기부터 A. D. 4세기 무렵까지 사용되던 로마 아우레우스 Aureus 금화를 칭하는 말이었다. 또한 아우리스(Auris, 전차의 신), 아우라(Aura , 공기, air) 등이 있으며 다같이 가족처럼 A자 돌림을 가지고 있다. 그리스어로 ‘에리게네이아 Erigeneia(일찍-태어난)’ 오로라(아우로라, Aurora)는 새벽과 함께 어원적으로 무지개를 나타내기도 한다. 공기 Air와 빛이 매체가 될 때 비로소 실현되는 볼 수 있음, 즉 ‘시각 Visus’과 관련된 특성으로 인해 근세 화가들이 참조했던 여러 신화서에서 라틴어 ‘아우라 aura’와 ‘아우로라 aurora’는 대부분 ‘하루 낮 Day’의 탄생과 관련해 언급되었다.
한편 신비주의적 비결 문학에서 중요한 신성인 ‘지혜(소피아 Sophia)’를 나타내기도 한다. 신비주의자 야콥 뵈메는 그의 책에서 오로라를 연금술의 최종 작업이자 붉은 단계인 루베도 rubedo에 비유하기도 했다. 뵈메의 사유에서 오로라는 물질을 정화시키는 연금술적 작업인 루베도의 정점에서 밤을 퇴치하고 모든 어둠을 종식시키며 마치 천사와도 같이 나타난다. 같은 근원에서 파생된 유사한 말로서 현대 철학자 발터 벤야민의 저작에서도 종종 언급되는 ‘아우라 Aura’가 있다. 이는 본래 신비한 기운 즉, 고대에는 아련히 아지랑이처럼 일어나는 증기의 운무를 통해 어슴푸레한 빛을 바라볼 때 종종 일어나는 아른거리며 산란되는 빛을 말하는 것이었다. ‘장밋빛 손가락’ 오로라의 붉음은 또한 ‘로제타 roseate’라고 불리기도 했다.
귀도 레니가 묘사하고 있는 오로라의 모습은 고전인 문헌적 전거 특히 호메로스에서 온 것이다. 르네상스 회화 속에 타오르는 횃불과 꽃을 나르는 작은 천사(푸티, putti)는 타오르는 횃불을 들고있기에 포스포로스, 즉 새벽 별을 나타낸다. 금빛 전차는 단지 아폴론의 언급일 뿐 아니라 특별히 하늘을 가로질러 가는 ‘새벽’의 빠른 발걸음을 언급하기 위함이다. 구에르치노 그림에서는 오로라 자신이 전차를 몰고 있다.
1 프란체스코 솔리메나 [오로라의 대관을 목격하고 황홀에 빠진 티토누스] 1704년
캔버스에 유채, 폴 게티 미술관, L.A.
2 라그레네 [오로라와 티토누스], 16세기경
캔버스에 유화, 121cmx170cm, 개인소장
레니와 구에르치노의 그림에서 오로라 머리카락은 그림자가 진듯 거의 청동빛 갈색으로 보이지만 본래 문헌에서 머리카락의 색채는 프란체스코 솔리메나의 그림에서 보이듯 황금빛이라 말해진다. 혹은 오로라의 머리카락은 동방으로부터 온 가장 값진 염료이자 향신료인 사프란에 즐겨 비유되었다. 사프란으로부터 추출한 염료는 환한 노랑으로부터 타오르는듯 주황빛에 이르는 불꽃처럼 환하고 강렬한 색채 스펙트럼을 가진다. 그 맛은 향기롭고 매콤하다. 호메로스는 하루(낮, Day)의 문을 여는 ‘새벽 Dawn’은 장밋빛 손가락을 갖는다고 노래했다. 그 손가락은 빛의 광휘로서 손길의 접촉은 만물에 따스한 숨결을 불어넣는다. 솔리메나의 그림에서 오로라는 나래를 펼친 천사로부터 꽃의 화관으로 대관되는 영광스런 순간이며 다른 천사로부터 어둠을 물리치는 밝은 횃불을 넘겨받고 있는 참이다. 남편인 노인 티토누스는 이 광경에 그저 황홀해 있다. 오로라는 주피터에게 남편의 불사를 요청했으나 영원한 젊음을 함께 요청하는 것을 잊어 그는 젊은 아내를 바라보는 한없이 늙은 모습으로 재현된다.
하루 최초의 빛, 룩스 프리마 그리고 무지개의 약속
오로라의 의미 함축은 대단히 폭넓다. ‘룩스 프리마 lux prima’라는 의미에서 다른 한 편 그녀는 아이리스 Iris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우기도 하는데 잘 알려져 있듯이 아이리스는 무지개의 여신이며 백합과의 붓꽃인 아이리스이기도 하다. 아이리스는 이집트 신화에서는 이시스 여신 그리고 기독교 전통에서는 성모의 상징물 attribute이기도 했다. 시대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이긴 하나 오로라는 고대와 중세의 주 여신들의 신성과 전부 연결된다. 그래서 ‘오로라’라고 지칭할 때 그 의미 함축의 반경은 대단히 폭넓다. ‘무지개’ 아이리스는 따라서 공기와 빛의 결합으로 인해 빛이 밝혀짐으로써 비로소 보이게 되는 찬연한 색채의 시각(Vision)을 함의한다.
1 노아의 방주, 노르망디 [성무일과서]에서, 약 1430~1440년
2 그뤼네발트 [스투파크 성모] 1517~1519년
나무 위에 씌워진 캔버스에 유화, 186cmx150cm, 스투파크 교구 교회
기독교적 전통에서 무지개는 고유한 뜻을 갖는데, 창세기에서 무지개는 대지를 온통 물에 잠기게 한 노아의 홍수 이후 다시 그 같은 가혹한 벌을 내리지 않겠다는 신과 인간의 엄숙한 약속(Covenant)이다(창9: 11-15절). 무지개는 초월적인 ‘너머 beyond’의 ‘약속’을 상징하며 인간사에 대한 신의 개입이자 신성한 은총의 표명이었다. 중세 이래 인간을 연옥으로부터 천상으로 이끄는 중재자 성모는 그녀 자신을 무지개로서 표현한다. 죄의 어둠과 세속의 정념에 대해 성모는 지상과 천상 사이에 마치 신과 인간 사이에 다리를 놓는 무지개와도 같이 개입한다고 믿어졌던 것이다.
근세 화가들이 도상적 착안을 얻기 위해 빈번하게 참조했던 엠블렘집 중 가장 중요한 체사레 리파의 엠블렘집에서 무지개와 관련된 엠블렘은 ‘유디치오 Iudizio’이다. 즉 근세에 정의를 수행하는 신적 ‘판단’은 무지개 아치에 걸터앉아 있는 인물형상으로 표현된다. 이처럼 복잡다단한 ‘새벽’의 의미 함축이야 어떻든 오로라 신화에서 잊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점은 이것이 아닐까 싶다. 태양이 떠오르고 새벽이 오는 가운데 새로운 하루의 열림, 하루의 새 빛은 마치 하루 낮의 시간처럼 신과 인간을 구분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는 것. 빛을 가져오는 이 여신의 이러한 특성이 그녀를 이시스 혹은 주노와 같은 다른 최고의 여성적 신성들과 결부시킨다고 한다.
글 최정은 / 미술 칼럼니스트
홍익대학교에서 회화 및 미술사학을 공부했다. 주요 저서로는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에 대한 책 [보이지 않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 [트릭스터: 영원한 방랑자], [동물, 괴물지, 엠블럼]이 있다.
발행일 2011.03.16
이미지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RMN), 지엔씨미디어, Wikipedia, Yorck Project
옮긴 글입니다.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미술
오로라의 사랑 이야기 (1)
귀도레니 [오로라] 1612~1614 약 7.2 x 2.8m, 카지노델 오로라, 팔라쪼 로스피글리오지 팔라비치니, 로마 |
귀도 레니의 [오로라]와 구에르치노의 [오로라]는 어떤 것이 더 적절하고 훌륭하게 오로라를 형상화했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두 작품 모두 새벽의 여신 오로라를 그린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 걸작이다. 구에르치노의 [오로라]는 여신이 탄 사두마차를 그린 천장화로서 실제 건축구조와 어우러져 어디까지가 그림인지 알기 힘든 구조이다. ‘새벽’ 오로라는 청동빛 갈색으로 음영진 머리타래를 하고 태양신 전차를 몰고 있다. 아직도 한밤의 서늘한 기운이 남아있는 여명의 구름을 뚫고 활기찬 모습으로 빛나게 도약하고 있다. 태양신의 전차는 격조높은 건축적 구조와 어우러지는 가운데 관람자로 하여금 높은 곳을 우러러 보게 함으로써 숭고와 격앙된 감정을 이끌어낸다. 두 작품 모두 하루를 여는 감격과 빛의 영광, 새날을 밝히는 광휘를 적절한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다.
구에르치노 [오로라] 1621~1623 프레스코, 카지노 루도비치, 로마 |
구에르치노 [오로라]의 세부 |
구에르치노의 작품이 하루 낮을 밝히는 태양이 떠오르듯 사두마차로 여신이 욱일승천하는 모습을 강조한데 비해, 귀도 레니의 묘사는 막 떠오른 태양빛이 사방에 화음처럼 찬연히 퍼져나가듯 고요한 협화음의 감흥을 이끌어낸다. 레니의 오로라는 새벽 여명의 빛, 순수하게 빛나는 광휘 그 자체로서 하루 낮을 밝히는 태양신 전차를 고요히 이끄는 모습이다. 손에 손잡은 님프 ‘시간 horae’들이 춤 추듯이 우아한 발걸음으로 오로라와 아폴론의 전차를 뒤따른다.
귀도 레니는 고졸하고 우미한 아름다움의 형상으로 인해 ‘신성한 귀도’라 불리기도 했던 바로크 시대의 이탈리아 화가이다. 그의 우아한 고전미는 그 여성적 성격으로 인해 르네상스 화가 프라 안젤리코에게 비유되곤 했다. 또한 중세적이며 평면적인 국제고딕양식의 영향이 엿보이기도 하는데, 이같은 종합적 성격에 세련되게 마무리하고는 했다.
고졸하고 우아한 필치로 ‘신성한 귀도’라 불렸던 귀도 레니의 그림은 남성을 다룬 형상들마저 지나치게 우아하여 녹아 흐르는 듯한 유려한 필치를 선보인다. 귀도 레니는 특히 전성기 헬레니즘 조각을 습작하고 받아들였다. 그래서 많은 작품에서 인물의 동작 하나하나가 영원성 속에 응결된 듯 한 특징과 조각적인 무브망을 보인다. 특히 화음처럼 울려퍼지는 일출의 우아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오로라]는 헬레니즘기의 부조 [춤추는 여인들]의 유려한 선과 움직임을 그대로 참조하고 있다.
금빛 전차를 이끄는 아름다운 여신
발그레한 색채 때문에 ‘장밋빛 손가락’이라고도 불리우는 태양 Sol의 누이 오로라 Aurora(새벽, 여명, Dawn)는 대지로부터 발이 살짝 떠올라 날고 있다. 그녀는 공기 중에 떠올라 앞서가며 환하게 금빛으로 빛나는 태양의 전차를 인도하고 있다. 오로라의 몸을 휘감은 천자락은 아래 지상으로부터 불어오는 강한 상승기류를 받아 둥글게 부풀어 오르며 펄럭인다. 그녀는 빛의 기쁨이자 새날의 광명이며 투명한 베일이 천공을 쓸고 지나듯 어둠을 뚫고 눈부신 광명을 가져온다.
알퐁스 아폴로도르 칼레 [오로라의 기상] 1803년 파스텔, 45cmx100cm, 앙투안 레퀴에 미술관 소장 |
이처럼 ‘새벽’은 갓 태어난 아기처럼 순수하고 깨끗한 새 날을 밝힌다. 손에 손잡고 여신을 보좌하는 님프들의 무리 ‘시간’(또는 계절 Horae) 새벽의 여신을 따른다. 그녀들의 발걸음은 고대 조각의 형상화와 마찬가지로 춤추는 듯 하다. 이 도상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로부터 온 것이다. 태양신 아폴론(헬리오스 Helios : 태양 Sol)은 떠오르는 ‘태양’으로서 금빛 전차를 몰고 있다. 힘차게 도약하는 말들 위로 횃불을 들고 인도하는 아기천사의 모습도 보인다. 천사가 들고 있는 불 밝힌 횃불은 새벽별 Phosphorus의 상징이다. 새벽별 포스포루스라는 이름은 문자 그대로 ‘빛의 전달자’라는 뜻을 갖고 있다. 솔리메나의 [오로라와 티토누스]에서도 날개를 펼친 천사는 오로라의 손에 횃불을 건넨다. ‘시간 혹은 계절’의 임무는 인간의 행위를 리듬에 맞게 조율하는 것이며, 또한 해뜰 무렵 화려하고 다채롭게 변화하는 하늘 색조의 의인화이기도 하다.
하루의 아우라, 오로라의 비전
‘새벽’의 뜻을 지닌 오로라 Aurora의 의미는 같은 뿌리의 어원 및 동음이의어에서 나왔다. 그녀는 여러 고전 저자들이 언급한 바 ‘룩스 프리마 Lux Prima’ 즉 ‘하루의 처음 빛’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최초의 순수한 빛으로서 희망과 잠재력을 상징한다. 빛을 밝힌다는 특성 때문에 기독교 전통으로 흡수되며 ‘새벽’에는 재탄생과 영적 계몽의 상징이 부여되었다. 즉, 중세로 들어서며 기독교적 의미에서 성령 Holy Spirit의 영역을 관장하게 된 것이다.
자매격 신성의 이름인 헤메라 Hemera(하루 낮, 나날 Day), 헤스페라 Hespera(이른 밤, 초저녁)는 태양 전차의 궤도에서 그녀가 행하는 다른 역할을 말해준다. 또한 네 가지 체액론을 토대로 한 서양의 네가지 기질론에서 오로라는 생기있는 젊음의 혈색인 ‘붉음’과 관련되기에 다혈질 Sanguinalia을 나타낸다. 다른 한편 강 아케론 Acheron및 사원소 중 ‘공기’와 관련된다는 점 때문에 여신 주노와도 관련된다. 바람부는 새벽을 뜻하는 ‘오로라 보레알리스’는 초월적 세계 ‘너머 beyond’의 상징이다. 오로라의 어원적 가족들은 부유함을 나타내는 말 아우러스 Aureus(아우러스는 또한 금, 아우룸 Aurum)에서 파생된 말들로 이루어져 있다.
1 안니발레 카라치 [횃불을 들고 꽃을 뿌리는 오로라] 16세기경
캔버스에 유채, 콩데 미술관 소장
© Photo RMN, Paris - GNC media, Seoul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RMN) 지엔씨미디어
2 안 루이 지로데 [오로라 - 아침의 별] 19세기경
캔버스에 유화, 콩피에뉴 성
© Photo RMN, Paris - GNC media, Seoul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RMN) 지엔씨미디어
아우레이(오레이, Aurei)는 ‘금의, 금빛의’라는 뜻으로 은화 25데나리의 가치를 지니던 B.C. 1세기부터 A. D. 4세기 무렵까지 사용되던 로마 아우레우스 Aureus 금화를 칭하는 말이었다. 또한 아우리스(Auris, 전차의 신), 아우라(Aura , 공기, air) 등이 있으며 다같이 가족처럼 A자 돌림을 가지고 있다. 그리스어로 ‘에리게네이아 Erigeneia(일찍-태어난)’ 오로라(아우로라, Aurora)는 새벽과 함께 어원적으로 무지개를 나타내기도 한다. 공기 Air와 빛이 매체가 될 때 비로소 실현되는 볼 수 있음, 즉 ‘시각 Visus’과 관련된 특성으로 인해 근세 화가들이 참조했던 여러 신화서에서 라틴어 ‘아우라 aura’와 ‘아우로라 aurora’는 대부분 ‘하루 낮 Day’의 탄생과 관련해 언급되었다.
한편 신비주의적 비결 문학에서 중요한 신성인 ‘지혜(소피아 Sophia)’를 나타내기도 한다. 신비주의자 야콥 뵈메는 그의 책에서 오로라를 연금술의 최종 작업이자 붉은 단계인 루베도 rubedo에 비유하기도 했다. 뵈메의 사유에서 오로라는 물질을 정화시키는 연금술적 작업인 루베도의 정점에서 밤을 퇴치하고 모든 어둠을 종식시키며 마치 천사와도 같이 나타난다. 같은 근원에서 파생된 유사한 말로서 현대 철학자 발터 벤야민의 저작에서도 종종 언급되는 ‘아우라 Aura’가 있다. 이는 본래 신비한 기운 즉, 고대에는 아련히 아지랑이처럼 일어나는 증기의 운무를 통해 어슴푸레한 빛을 바라볼 때 종종 일어나는 아른거리며 산란되는 빛을 말하는 것이었다. ‘장밋빛 손가락’ 오로라의 붉음은 또한 ‘로제타 roseate’라고 불리기도 했다.
귀도 레니가 묘사하고 있는 오로라의 모습은 고전인 문헌적 전거 특히 호메로스에서 온 것이다. 르네상스 회화 속에 타오르는 횃불과 꽃을 나르는 작은 천사(푸티, putti)는 타오르는 횃불을 들고있기에 포스포로스, 즉 새벽 별을 나타낸다. 금빛 전차는 단지 아폴론의 언급일 뿐 아니라 특별히 하늘을 가로질러 가는 ‘새벽’의 빠른 발걸음을 언급하기 위함이다. 구에르치노 그림에서는 오로라 자신이 전차를 몰고 있다.
1 프란체스코 솔리메나 [오로라의 대관을 목격하고 황홀에 빠진 티토누스] 1704년
캔버스에 유채, 폴 게티 미술관, L.A.
2 라그레네 [오로라와 티토누스], 16세기경
캔버스에 유화, 121cmx170cm, 개인소장
레니와 구에르치노의 그림에서 오로라 머리카락은 그림자가 진듯 거의 청동빛 갈색으로 보이지만 본래 문헌에서 머리카락의 색채는 프란체스코 솔리메나의 그림에서 보이듯 황금빛이라 말해진다. 혹은 오로라의 머리카락은 동방으로부터 온 가장 값진 염료이자 향신료인 사프란에 즐겨 비유되었다. 사프란으로부터 추출한 염료는 환한 노랑으로부터 타오르는듯 주황빛에 이르는 불꽃처럼 환하고 강렬한 색채 스펙트럼을 가진다. 그 맛은 향기롭고 매콤하다. 호메로스는 하루(낮, Day)의 문을 여는 ‘새벽 Dawn’은 장밋빛 손가락을 갖는다고 노래했다. 그 손가락은 빛의 광휘로서 손길의 접촉은 만물에 따스한 숨결을 불어넣는다. 솔리메나의 그림에서 오로라는 나래를 펼친 천사로부터 꽃의 화관으로 대관되는 영광스런 순간이며 다른 천사로부터 어둠을 물리치는 밝은 횃불을 넘겨받고 있는 참이다. 남편인 노인 티토누스는 이 광경에 그저 황홀해 있다. 오로라는 주피터에게 남편의 불사를 요청했으나 영원한 젊음을 함께 요청하는 것을 잊어 그는 젊은 아내를 바라보는 한없이 늙은 모습으로 재현된다.
하루 최초의 빛, 룩스 프리마 그리고 무지개의 약속
오로라의 의미 함축은 대단히 폭넓다. ‘룩스 프리마 lux prima’라는 의미에서 다른 한 편 그녀는 아이리스 Iris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우기도 하는데 잘 알려져 있듯이 아이리스는 무지개의 여신이며 백합과의 붓꽃인 아이리스이기도 하다. 아이리스는 이집트 신화에서는 이시스 여신 그리고 기독교 전통에서는 성모의 상징물 attribute이기도 했다. 시대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이긴 하나 오로라는 고대와 중세의 주 여신들의 신성과 전부 연결된다. 그래서 ‘오로라’라고 지칭할 때 그 의미 함축의 반경은 대단히 폭넓다. ‘무지개’ 아이리스는 따라서 공기와 빛의 결합으로 인해 빛이 밝혀짐으로써 비로소 보이게 되는 찬연한 색채의 시각(Vision)을 함의한다.
1 노아의 방주, 노르망디 [성무일과서]에서, 약 1430~1440년
2 그뤼네발트 [스투파크 성모] 1517~1519년
나무 위에 씌워진 캔버스에 유화, 186cmx150cm, 스투파크 교구 교회
기독교적 전통에서 무지개는 고유한 뜻을 갖는데, 창세기에서 무지개는 대지를 온통 물에 잠기게 한 노아의 홍수 이후 다시 그 같은 가혹한 벌을 내리지 않겠다는 신과 인간의 엄숙한 약속(Covenant)이다(창9: 11-15절). 무지개는 초월적인 ‘너머 beyond’의 ‘약속’을 상징하며 인간사에 대한 신의 개입이자 신성한 은총의 표명이었다. 중세 이래 인간을 연옥으로부터 천상으로 이끄는 중재자 성모는 그녀 자신을 무지개로서 표현한다. 죄의 어둠과 세속의 정념에 대해 성모는 지상과 천상 사이에 마치 신과 인간 사이에 다리를 놓는 무지개와도 같이 개입한다고 믿어졌던 것이다.
근세 화가들이 도상적 착안을 얻기 위해 빈번하게 참조했던 엠블렘집 중 가장 중요한 체사레 리파의 엠블렘집에서 무지개와 관련된 엠블렘은 ‘유디치오 Iudizio’이다. 즉 근세에 정의를 수행하는 신적 ‘판단’은 무지개 아치에 걸터앉아 있는 인물형상으로 표현된다. 이처럼 복잡다단한 ‘새벽’의 의미 함축이야 어떻든 오로라 신화에서 잊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점은 이것이 아닐까 싶다. 태양이 떠오르고 새벽이 오는 가운데 새로운 하루의 열림, 하루의 새 빛은 마치 하루 낮의 시간처럼 신과 인간을 구분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는 것. 빛을 가져오는 이 여신의 이러한 특성이 그녀를 이시스 혹은 주노와 같은 다른 최고의 여성적 신성들과 결부시킨다고 한다.
글 최정은 / 미술 칼럼니스트
홍익대학교에서 회화 및 미술사학을 공부했다. 주요 저서로는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에 대한 책 [보이지 않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 [트릭스터: 영원한 방랑자], [동물, 괴물지, 엠블럼]이 있다.
발행일 2011.03.16
이미지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RMN), 지엔씨미디어, Wikipedia, Yorck Project
옮긴 글입니다.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미술
9/04/1992
오딧세우스 (Odysseus)
트로이전쟁의 영웅 오딧세우스(Odysseus, 오딧세우스)
[그리스] 힘들고 기나긴 '호머의 오딧세이'의 주인공으로 널리 알려진 오딧세우스는 트로이전쟁사에서 자세히 소개되지는 않으나 전쟁의 숨겨진 영웅이었다.
Ulysses, 율리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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